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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기자

등록 : 2017.07.20 19:00
수정 : 2017.07.20 20:24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동

기간제 연말까지… 기간제 교사는 제외 등 논란

등록 : 2017.07.20 19:00
수정 : 2017.07.20 20:24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연중 9개월ㆍ향후 2년 이상 근무’ 기준

각 기관 자율에 맡겨 노사 갈등 증폭 소지

이성기(오른쪽) 고용노동부 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 전국 공공부문 852곳에서 일하는 기간제근로자와 파견ㆍ용역근로자 31만명 중 향후 2년 이상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의 첫 걸음을 뗀 것인데, 전환 예외 사유에 대한 해석과 각 기관의 이행 여부 등을 둘러싸고 논란도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규직 전환은 3단계로 이뤄지는데 첫 단계는 중앙정부ㆍ자치단체ㆍ공공기관ㆍ지방공기업ㆍ국공립 교육기관 등 852개 기관의 비정규직 31만1,188명(기간제 19만1,233명, 파견ㆍ용역 12만655명) 중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기간제는 올해 연말까지, 파견ㆍ용역직은 계약 종료 시점부터 전환이 추진된다. 자치단체 출연기관(2단계), 민간위탁기관(3단계) 등은 향후 단계별로 추진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의 대원칙인 ‘상시ㆍ지속적 업무’의 기준은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으로 정했다. 지금까지는 연중 10~11개월 이상이었지만 동절기 등 특정 계절(2~3개월)을 제외하고 계약하는 현실을 감안해 대상을 넓혔고, ‘과거 2년 이상 지속 근무’ 기준도 삭제했다. 특히 생명ㆍ안전과 밀접한 업무의 경우에는 자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다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휴직대체 등 일시적 일자리, 다른 법령이 적용되는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파견ㆍ용역직은 전문성 등의 이유로 민간 활용이 불가피하거나 중소기업 진흥 목적인 경우 등은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정규직 전환 절차는 기관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된다. 기간제는 내ㆍ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통해 전환 대상이 결정된다.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별도 직군이 필요하면 신설하기로 했다. 파견ㆍ용역직은 노사가 협의를 통해 전환 대상과 고용방식(직접고용ㆍ자회사) 등을 결정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조가 없는 경우 비정규직 대표가 사측과 협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이라고는 하지만 대다수는 ‘중규직’으로 불려온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재 21만명 수준인 무기계약직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위해 명칭을 부여(공무직, 사무직 등)하고, 인사제도 개편과 함께 복리 후생(명절 상여금, 식비 등)의 차별도 없애기로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비정규직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 각 기관이 실제 비정규직과의 협의에서 비용 등을 문제로 정규직 전환을 꺼리더라도 딱히 제재할 방안이 없어 노사간 갈등이 증폭될 소지가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현재로서는 각 기관 자율에 맡기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나 처벌까지 고려하진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환 예외 사유를 놓고도 잡음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예외 사유에 해당돼도 각 기관 심의에 따라 전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오랜 시간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던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비정규직들의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해소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많이 담겼다”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직종과 위탁을 받은 공공기관이나 자회사 등을 전환 예외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용역업체로 전락할 수 있는 ‘자회사’를 정규직 전환 방식 중 하나로 남긴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존 파견ㆍ용역 업체들의 경제적 손실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이들의 시설ㆍ장비 매입과 함께 일부를 관리자로 채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실직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관별 전환 규모 등이 집계되지 않아 아직 필요한 예산을 가늠할 수 없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성기 차관은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우선 고용안정에 초점을 맞춘 뒤 단계적으로 처우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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