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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울버린'... 영화 속 장수 캐릭터 4

입력
2017.03.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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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 휴 잭맨 17년

‘리플리’ 시고니 위버 18년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 31년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 10년

한 인물을 10년 이상 연기했다. 역할이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하다. 세계 영화 팬들에게 사랑 받은 영화 속 영웅들은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인간을 구할 생각뿐이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인간을 해치려는 악과 외로운 싸움을 펼친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제 아무리 영웅들이라 할지라도 특별한 능력을 잃어 병들고, 불구덩이에 떨어져 만신창이가 되기도 한다. 분신이라 다름 없는 역할을 떠나거나 떠나게 된 히어로 배우의 퇴장은 쓸쓸하다.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은 영화 '엑스맨'(2000·왼쪽)과 영화 '로건'(2017)을 통해 돌연변이 울버린 혹은 인간 로건으로 영화 팬들과 함께 했다.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은 영화 '엑스맨'(2000·왼쪽)과 영화 '로건'(2017)을 통해 돌연변이 울버린 혹은 인간 로건으로 영화 팬들과 함께 했다.

‘아듀 울버린’ 휴 잭맨

턱 선을 따라 자란 수염과 손등에서 전광석화처럼 튀어나오는 칼날. 17년 전 만난 울버린은 그렇게 강력한 액션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생각해보면 염력을 지니거나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상대의 기억력과 힘을 빨아들이는 돌연변이들 속에서 울버린의 액션 담당은 당연해 보였다. 그는 혼자 구르고 뛰고 날아 다니며 온갖 악당들과 싸웠다. 그 싸움이 ‘엑스맨’에선 제한적이었는지 스핀오프 격으로 울버린의 이야기만 따로 나오기도 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과 ‘더 울버린’(2013) 그리고 최근 개봉한 ‘로건’이다.

울버린 혹은 로건 하면 떠오르는 스타 휴 잭맨(49)은 지난 17년 동안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강인한 체력으로 완벽한 남성상의 표본이 되기도 했고,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도 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제 잭맨이 그리는 울버린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그가 울버린과 작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그간 총 9편의 영화에서 울버린으로 만난 그이기에 ‘엑스맨’ 팬들에게는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 게 분명하다.

그래서 ‘로건’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남다르다. 잭맨이 그리는 울버린의 마지막 모습이기에 더욱 그러리라. ‘로건’은 그래서 짠하다. 늙지 않을 것 같은 한 돌연변이의 삶이 고독한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2029년 미래를 배경으로 한 ‘로건’은 돌연변이 울버린보다 인간 로건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초능력을 잃어가는 로건이 병든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 칼라반(스티븐 머천트)과 함께 멕시코 국경 근처의 한 은신처에서 초라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 자체만으로 관객들은 울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닮은 소녀 로라(다프네 킨)을 만나 부성애까지 드러내는 로건의 또 다른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잭맨도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마지막으로 연기한 울버린에 후회 없는 연기를 했음을 밝혔다.

배우 시고니 위버는 영화 '에이리언'(1979·왼쪽)과 영화 '에이리언 4'(1997)에서 여전사 리플리로 활약했다. .
배우 시고니 위버는 영화 '에이리언'(1979·왼쪽)과 영화 '에이리언 4'(1997)에서 여전사 리플리로 활약했다. .

‘원조 여전사’시고니 위버

배우 시고니 위버(68)는 원조 여전사로 불릴 만하다. 그는 지난 1979년부터 공상과학(SF)스릴러 영화 ‘에이리언’시리즈에서 18년 동안 리플리로 활약했다. 리플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우주 괴물과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을 했다. 지난 1997년 ‘에이리언 4’를 끝으로 관객들은 리플리와 잠정적으로 이별했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위버는 서른의 나이에 처음 ‘에이리언’을 만났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에이리언 1’은 영화 팬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서 인간세포로부터 양분을 빨아 기생하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괴기스러웠다. 끔찍하게 생긴 에이리언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인간의 얼굴을 흉측하게 덮고 있거나, 인간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에이리언 유충은 상상초월이었다. 더군다나 침 같은 이물질을 질질 흘리면서 인간을 위협하는 에이리언의 공포스런 모습은 지금도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런 에이리언에 맞서는 사람은 리플리 뿐이었다. 우주선에 함께 탄 남자 승무원들(‘에이리언 1’)이나 완전 무장한 해병대 대원들(‘에이리언 2’), 그리고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에이리언 3’) 조차 에이리언을 당해내지 못했다. 오로지 리플리만이 에이리언의 상대였다. 위버는 그렇게 ‘에이리언’의 주역이 됐다. 위버가 없는 ‘에이리언’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위버도 ‘에이리언’과 자신을 떼어 놓지 않았다. 그는 ‘에이리언 3’(1992)와 ‘에이리언 4’의 공동제작자로도 나섰다. 리플리와 에이리언의 싸움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리플리는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 에이리언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등으로 여러 번 부활했지만.

한 때 리플리의 부활이 모색된 적도 있다. 영화 ‘채피’(2015)와 ‘엘리시움’(2013)을 연출한 닐 블룸캠프 감독이 ‘에이리언 5’를 제작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위버가 리플리로 출연하기로 해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에이리언 1’의 스코트 감독이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5월 개봉시키게 되면서 ‘에이리언 5’의 제작이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제작이 아예 무산된 건 아니라 언젠가는 위버의 리플리가 스크린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영화 '터미네이터'(1984·왼쪽)와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를 통해 무려 31년간 터미네이터로 열연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영화 '터미네이터'(1984·왼쪽)와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를 통해 무려 31년간 터미네이터로 열연했다.

‘불멸의 터미네이터’ 아널드 슈워제네거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다. 직역하면 ‘종결자’(terminator)인데, 마지막에는 항상 “다시 돌아오겠다”(I’ll be back)고 외친다. 자그마치 31년 동안 터미네이터로 살아온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70) 이야기다.

그는 지난 1984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터미네이터’로 첫 인연을 맺었다. 보디빌더 출신으로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슈워제네거에게 미래에서 온 로봇 터미네이터 역할은 안성맞춤이었다. 연기력은 그다지 필요치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로봇처럼 띄엄띄엄 대사를 읊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의 연기력에는 안중에도 없을 듯하다. 그는 설명이 필요 없는 터미네이터 그 자체였으니까.

슈워제네거는 37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터미네이터를 만났다. ‘터미네이터 2’(1991)가 개봉했을 때 나이가 44세였고,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때는 56세, 최근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땐 무려 68세였다. 오죽했으면 다섯 번째 시리즈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선 터미네이터도 늙는다는 설정을 넣었을까. 그렇게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5편에 출연했다.

이야기의 구성은 언제나 똑같았다. 인류와 기계가 전쟁을 하는 머나먼 미래에 인류 저항군 사령관 존 코너가 과거로 터미네이터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기계는 존 코너의 출생을 막기 위해 과거로 최신 로봇을 보내고, 코너는 자신과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젊은 용사와 터미네이터를 보낸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슈워제네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영화는 흥미롭다.

앞으로도 계속 ‘슈워제네거표’ 터미네이터를 계속 볼 수 있을까.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슈워제네거는 5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올해 6편, 내년 7편을 연이어 선보일 각오였다. 만약 그가 돌아온다면 70세가 넘은 나이다. 그러나 5편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터미네이터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이 무산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래도 그에게 ‘터미네이터’의 오랜 팬들과 작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30년이라는 두터운 신뢰는 그저 얻는 게 아니므로.

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왼쪽)과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 등에서 해리 포터를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왼쪽)과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 등에서 해리 포터를 연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꼬마 해리’ 대니얼 래드클리프

10년 간 해리 포터로 살았다. 그의 성장이 아쉬웠던 건 더는 해리 포터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대니얼 래드클리프(28)는 12세 때인 2001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영화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동그란 안경에 입술을 살짝 들어올리는 모습은 책에서 막 튀어나온 해리 포터 그대로였다.

이모네 식구들에게 갖은 구박을 당하면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잃지 않던 해리 포터는 래드클리프가 그린 결과물이다.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동명소설 속에서 상상력으로만 깨어 있던 천진난만한 해리 포터를 스크린에 살려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가기 위해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에서 비밀의 9와 3/4 승강장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천진한 해리 포터 모습 그대로다.

래드클리프는 쉬지 않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했다. 1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어 그 이듬해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에 연속 얼굴을 비쳤다. 2년을 쉬고 3편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와 4편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에 얼굴을 보였다. 5편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 이후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009),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2010),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2011)에 쉴 새 없이 작업을 이어갔다. 그의 10대 시절은 ‘해리 포터’에 바친 셈이다.

그러나 20대에 들어선 래드클리프는 해리 포터 이미지가 버거웠나 보다. 그는 마술사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나우 유 씨 미 2’(2016)에서 의외로 악역 윌터를 연기했고, ‘스위스 아미 맨’(2016)에선 죽은 시체가 돼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며 아역배우로의 이미지를 벗어갔다. 하지만 호평 받는 연기로 해리 포터의 그림자를 자꾸 지우려는 그를 보면 서운하기도 하다. 변해가는 그의 외모가 점점 해리 포터와 멀어지는 것도 함께.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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