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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방분권의 디테일

입력
2017.11.05 14:4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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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지방이다.” 우리는 흔히 서울과 지방을 대비한다. 그러나 지방과 대비되는 것은 서울이 아니라 중앙(정부)이다. 지난 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중심에 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방자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뜻을 읽고 행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르며, 직접민주주의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제도이다. 지방분권이 실시될 경우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이익도 크다. 가장 주요한 것이 국가의 균형발전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재원의 60%가 집중되어 있으며, 문화 공연의 대부분이 그곳에서 열리는 것을 정상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국가의 의사결정에 지방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도 제약이 많다. 심지어 시민단체마저도 중앙집권적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지방분권화의 필요성에 공감을 보내고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아젠다를 넘어 구체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어떤 권한을 넘길 것인가. 사실 오늘날 국가가 수행해야 사무의 많은 부분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첩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재정이다. 서울, 울산, 부산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 미만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6 대 4로 조정한다고 하지만, 조세수입만으로는 근본부터 열악한 재정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산업 및 개발전략 등과도 연동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의 심화도 경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자도생’의 길에 나서면서도 협력해야 할 국가적 과제에서는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지방세 수입을 늘릴 목적으로 박리다매식의 경쟁적 조세 인하를 하는 등 소모적 출혈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22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자치를 제대로 학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무의 대부분은 국가가 위임한 사무였고, 조례 역시 중앙정부가 정한 표준조례를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의 책임성과 주민의식도 높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주민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중앙정치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알아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표와 정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가꾸지 않으면서 잘 자라나기를 바라는 것은 탐욕이다. 주민이 자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완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지방 토착세력들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중앙정치야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고 견제도 심하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학연, 지연으로 얽혀진 이권과 영향력은 지역을 기반으로 더 강하게 드러날 수 있으면서도 가려지기 쉽다. 따라서 어떻게 이를 배제할 것인가는 지방분권의 중요한 숙제이다.

분권이 이루어지면 지방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다. 지방자치단체의 파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치적성 사업의 결과로 지방자치단체가 파산한 사례가 있었으며, 그 피해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쉽게 이사를 갈 수 없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졌다. 그리고 주민이 떠나간 도시는 더욱 피폐해졌다.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선거와 맞물려 남발되는 비효율적 사업, 인기를 의식한 구조개선의 회피, 과도한 엽관적 인사는 대표적으로 경계해야 할 것들이다.

지방자치라는 틀을 확대한다는 방향성은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디테일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이다. 아젠다가 장밋빛이라고 해서 꽃길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개헌과 자치의 구체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스스로 책임질 준비는 되셨습니까?”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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