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정의당 공동행보 나서
추미애 "노사정 합의는 행정조치로 노동 질서·체계 무너뜨리겠다는 것
합의과정서 배제된 노동자 포괄해야"
與· 정부 노동개혁 독주 저지 포석
야권이 여당의 5대 노동개혁 관련법안 전격 발의에 맞서 ‘국회 내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노사정 합의가 헌법상 보장된 노동질서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활용해 여론전을 벌이는 동시에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한 차례 대타협기구를 운영한 경험을 근거로 정부ㆍ여당의 일방통행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17일 국회에서 공동 좌담회를 갖고 한 목소리로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추미애 새정치연합 ‘경제정의ㆍ노동민주화 특위’ 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합의에 대해 “(법률이 아닌) 대통령과 장관의 행정조치로 노동관련 질서와 체계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유신시대 긴급조치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선 노사정과 함께 여야, 청년ㆍ비정규직이 모두 참여하는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진후 정의당 ‘노동시장 똑바로 특위’ 위원장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의 사회적 대타협기구 활동을 언급하며 “노사정 합의에서 배제된 90%의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이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은 여야정 및 전문가그룹, 미조직 노동자를 포함한 노사 대표와 시민ㆍ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대타협 기구 구성안을 금명간 여당에 제시할 방침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5대 법안은 재계에 꽉 찬 추석 종합선물세트를, 노동계엔 포장지만 화려한 빈 상자를 준 것”이라며 “갈등을 유발하는 새누리당 법안이 아니라 입법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의 참여가 전제된 국회 특위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향후 노동개혁에 관한 한 실질적인 공동행보를 취하기로 했다. 올바른 노동개혁을 촉구하는 공동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고, 시민ㆍ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연대 틀을 만들어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노동개혁 관련법안들을 개정하지 못하도록 여론전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정치권 외부에서도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노동 전문가들과 청년단체 등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을 촉구하며 야권과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날 좌담회에서 “노사정 합의의 일반해고 지침 마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진정한 사회적 대표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가 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노사정 합의는 장기적으로 청년 고용불안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야당과 함께) 청년의 살을 내주고 뼈를 가져간 (노사정 합의안을) 강력하게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노사정 합의에 대한 여야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의 이유를 내년 4월 실시될 20대 총선에서 찾고 있다. 노동개혁 이슈가 총선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여당은 이슈 선점을 통한 홍보 효과를, 야당은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야권 성향의 표를 잡아둘 필요가 높다는 얘기다. 야당 특위 관계자는 “문제점이 더 지적되기 전에 입법으로 노동개혁 논의 틀을 한정하려는 여당의 시도를 지켜보고만 있으면 총선에서 노동자 표를 얻는 것은 물 건너 가지 않겠냐”며 “야당 입장에선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여야 이견으로 당장 구성되지 않더라도 총선 전까지 반드시 이슈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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