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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망 사건, 미심쩍은 부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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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망 사건, 미심쩍은 부분 많다

입력
2014.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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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윤 일병 사망 의혹 쏟아 내

병원선 도착 시 사망 진단 내렸지만 군 검찰, 사망 시점 다음날 오후 판정

증인 면회 요청 때마다 거부… 늑장 보고로 가해자 시간 벌어 주기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관련 긴급 2차 브리핑을 열고 새로 입수한 자료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관련 긴급 2차 브리핑을 열고 새로 입수한 자료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군인권센터는 7일 28사단 헌병대 수사기록 분석을 통해 윤모(20)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서 불거진 사망원인과 시점, 군의 부실 수사 등에 대해 다양한 의혹을 쏟아냈다. 윤 일병의 직접적 사인은 당초 알려진 질식사가 아닌 구타에 따른 뇌손상 사망이어서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군 당국의 조직적 사건 축소ㆍ은폐가 병행돼 사망 진단부터 사후 대응, 가해자 기소까지 ‘총체적 부실 수사’로 귀결됐다는 주장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군 당국은 그 동안 윤 일병이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로 사망했다”고 밝혀 왔다. 냉동식품이 기도를 막아 산소 부족으로 심장이 멎었다는 것이다. 윤 일병 사체를 부검한 국방부조사본부과학수사연구소도 지난 4월 9일 감정서에서 “후두, 기관, 기관지에서 음식물이 관찰됐고, 직접적 사인이 될 만한 외상 및 질병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의식을 잃기까지 전후 사정이 기도폐쇄 증상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통상 급성 기도폐쇄 환자는 숨을 쉬기가 힘들어 말을 할 수 없거나 피부가 새파랗게 변하는 징후가 나타나는데 윤 일병의 경우 전혀 그런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다. 윤 일병은 가해 주범 이모(26) 병장에게 수차례 머리를 가격당한 뒤 “물을 마시고 싶다”며 가던 도중에 웅얼거리다 오줌을 싼 후 쓰러졌다. 계속된 폭력으로 먼저 의식을 잃어 심장이 멈춘 상태 뒤 기도가 막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보인 일시적 언어장애 증상은 ‘외상성 뇌손상(뇌진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견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의식을 잃더라도 음식물을 삼키면 반사적으로 흡입이 될 수 있다”며 “흡인성 폐렴은 오히려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가해 병사들이 기도가 막혔을 때 응급처치 요법인 ‘하임리히법’을 시행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가해자들이 기본 인명구조술을 익힌 의무병인데도 이를 시행하지 않고 윤 일병을 방치한 것이다. 때문에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이미 의식을 잃어 하임리히법을 실시할 수 없었던 상태였는지, 혹은 윤 일병의 사망을 바라고 가해자들이 의도적으로 방치한 ‘미필적 고의’가 아닌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질식사 소견은 치료를 담당한 각 병원 의사들의 판단과 사건 정황, 부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부검의도 부검 전 구타 정황이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부러진 갈비뼈 14개 중 13개는 심폐소생술에 의해 생긴 것이어서 사인과 연관성이 적다”고 말했다.

살인죄 입증할 사망 시점 규명해야

군 검찰 공소장은 윤 일병이 4월 6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이튿날 숨진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차 이송기관인 경기 연천군 보건의료원은 내원 당시 윤 일병을 ‘호흡과 맥박이 없는(no pulseㆍno respiration)’ 상태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학적으로 ‘DOA(도착시 이미 사망)’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윤 일병이 약 20여분 간 전문심폐소생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호흡을 회복하고 7일 오후 사망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군 검찰은 윤 일병의 최종 사망 시점을 7일로 보고, 또 가해 병사들이 심정지 환자인 윤 일병에게 간단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공소장에는 이런 사망 과정이 정확히 기술되지 않아 구타와 사인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폐 의혹, 부실투성이 사후 수사

군 수사기록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6일 저녁 같은 부대의 김모 상병은 가해자 중 한 명인 지모(20) 상병을 만나 “윤 일병이 집단 구타를 당하다 기도가 막혀 병원에 실려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상병의 설득에도 지 상병이 “윤 일병이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며 사실 확인을 거부하자, 김 상병은 본부 포대장인 김모 중위에게 이런 내용을 제보했다.

그러나 김 중위는 제보를 받은 지 9시간이 지난 7일 오전에야 지휘통제실에 보고해 가해 병사들이 입을 맞출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건 당일 윤 일병이 국군양주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군의관이 타박상흔을 보고 동행한 인솔 간부에게 “구타 가혹행위가 있었냐”고 물었지만 “아니다”고 대답했고, 이에 대해서도 군 수사당국은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답변이라면 명백한 범죄 은닉행위인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사건의 전모를 지켜 본 의무대 입실환자 김모 일병의 증언 기회를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 일병 가족들은 다섯 차례의 헌병대 보고 때마다 김 일병 면회를 요청했으나, 군은 천식을 이유로 거부했다. 심지어 6월 27일 2차 공판 뒤 군 검찰관은 “김 일병은 의병전역을 해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내려가 증언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군 당국이 애초 김 일병과 윤 일병 가족의 만남을 계획적으로 방해한 것”이라며 “보강조사가 아닌 전면 재수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제 추행, 절도 등 공소장에 빠져

군 수사기록에는 공소장에 누락된 강제추행, 성매매 등 가해자들의 추가 가혹행위와 비위 혐의가 대거 포함돼 있다. 가해자 이모(22) 상병은 헌병대 조사과정에서 “사건 당일인 6일 0시쯤 이 병장이 윤 일병을 폭행하면서 속옷인 런닝셔츠과 팬티를 찢으며 5차례 정도 폭행했고, 속옷을 찢고 갈아입히기를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군 검찰은 지난 5일 공소장에 가해 병사들이 윤 일병에게 강제로 성기에 안티푸라민을 바르게 한 사실을 추가했으나 이 부분은 빠졌다.

절도 의혹도 제기됐다. 다른 가해자인 하모(22) 병장은 이 병장이 윤 일병으로부터 “너 앞으로 잘못하면 신용카드를 쓰겠다”며 윤 일병의 나라사랑카드를 받았다고 군 검찰에 진술했다. 유족에게 인계된 유류물품 인수증에는 이 신용카드가 들어 있었으나, 군 검찰은 실제 카드 사용 여부 등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휴가를 이용해 안마시술소에서 불법 성매매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모(23) 하사와 이 병장, 하 병장은 지난 3월 경남 창원에서 만나 이 병장이 “창원은 유흥업소가 발달했다”며 성매매를 제의하자 51만원을 지불하고 성관계를 가졌다. 군인권센터는 유 하사가 이 병장에게 보낸 계좌 입출금 내역 사본을 공개하고 “가해자들 스스로 업소명과 성매매 여성의 인상착의까지 명확히 진술하고 있다”며 군 검찰의 수사 부실을 질타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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