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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내쫓는 노점상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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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내쫓는 노점상 가이드라인?

입력
2018.07.1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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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인도 폭 2.5m 남겨둬 

 성인 2명 오고갈 최소공간 확보 

 자산 적은 생계형에 허가 방침 

 노점상 “현실 무시” 철회 요구 

 시민들 “인도 지금보다 넓어지고 

 합법적으로 장사한다면…” 환영 

노점상. 게티이미지뱅크
노점상. 게티이미지뱅크

“결국엔 쫓아내겠다는 거 아닙니까.”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인근 노점상 A(45)씨는 서울시의 ‘거리가게(노점상)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대뜸 이렇게 반문했다. 시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노점상은 장사를 아예 접거나, 현재 장사하는 장소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점상 단체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역시 비슷한 논리로 노점상 가이드라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말 이들 주장이 맞는 걸까.

서울시가 1일 내놓은 노점상 가이드라인(내년 1월 시행) 핵심은 ‘허가제’다. 기준에 맞으면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노점상을 운영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도로 점용 면적’이다. 인도에 설치한 노점은 최대 7.5㎡(3m×2.5m) 면적을 사용하되 폭 2.5m 이상을 빈 공간으로 남겨야 한다. 2.5m는 성인 두 명이 우산을 쓰고 마주 오면서 서로 부딪히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폭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시민들의 통행권과 노점상의 영업권 사이 절충점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노점상은 2.5m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사람 다니기 힘든 곳으로 서울에서 유명한 ‘영등포 노점상 거리(영등포역~영등포시장)’가 대표적이다. 16일 이곳을 지나던 김성현(35)씨는 “날씨가 더워 모르는 사람과 부딪치고 싶지 않은데, 꼭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 어깨나 팔이 닿는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비라도 오면 우산을 쓴 시민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가지 못하는 장면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 이곳의 인도 폭은 5~5.5m인데, 3.5m가량을 노점이 점유하고 있다. 시민에게 허용된 폭은 1.5~2m라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약 500m 거리에 58개 노점상이 빼곡히 줄지어 있다. 서울시 기준대로라면 이곳 노점상들은 모두 장사를 그만두거나 노점 면적을 줄여야 한다.

노점상들은 ‘자산 규모’ 기준 역시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치구마다 상황에 맞게 정한 자산 기준을 넘지 않아야 ‘생계형’ 노점상으로 인정해 시가 영업을 보장해주기로 했는데, 정작 6,000개가 넘는 서울 시내 무허가 노점상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등포 노점상 거리를 담당하는 구청 관계자는 “노점 소유주가 실제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보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허가제 기준이 양대 노점상 단체인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과 합의한 것임을 강조한다. 민주노련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실을 무시하거나 노점상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 점용 기준은 시민통행권을 고려해 조금만 노점을 뒤로 물리면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설명한 뒤, “자산 기준은 구마다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영업을 원하는 노점상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울시 정책 방향을 반긴다. 매일 영등포 노점 거리를 통해 출퇴근한다는 이성엽(43)씨는 “지금보다 인도를 덜 차지해 지나다니기 편해지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우영(26)씨는 “노점상들이 불법적으로 돈을 많이 번다고 막연하게 여겼는데, 생계를 위해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장사를 한다면 언제나 환영”이라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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