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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국어 시험

입력
2017.07.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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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언어 사용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며, 같은 지역이나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라도 언어 능력에서 저마다 차이를 보인다. 솜씨 있게 말하는 사람과 덜 그런 사람, 같은 말이라도 더 잘 알아듣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구분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언어 능력을 평가하여 어떤 자격을 받을 사람을 가리는 것이 국어 시험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간혹 국어와 관련된 지식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 생활이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상식 또는 그것을 넘어서는 특정 지식을 평가하는 것은 각 시험의 목적에 비추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치러진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원성을 산 국어 문제가 있었다. 그 하나가 표준어를 가리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깨단하다’, ‘뉘연히’ 등의 어휘가 등장하여 너무 지엽적인 지식을 물었으며 공직 수행과 무관해 보인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이런 말의 숙지 여부가 국어 능력을 평가하기에 알맞은 것인가도 따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표준어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우리 역사에서 표준어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일제 치하 우리말 지키기 운동의 민족어 교육 때문이었고, 정부 수립 이후에는 공문서, 교육, 언론, 출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로 표기의 통일을 위해 먼저 어휘가 표준화된다. 이렇게 표준어는 표기 대상을 한정하기 위해서 편의상 지정하거나 저절로 마련된다. 또한 이제 덜 쓰이는 말은 표준어로서의 기능을 잃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잊혀 가는 표준어가 공무원 채용 시험에 등장하는 일이 그리 온당치 않게 여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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