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기자

등록 : 2018.04.14 04:40
수정 : 2018.04.16 08:27

‘원장 리스크’에… 만신창이 된 금융검찰

김기식 도덕성 의혹에 금감원 권위 추락

등록 : 2018.04.14 04:40
수정 : 2018.04.16 08:27

최흥식 前원장 채용비리 의혹 낙마

하나금융과 충돌 등 숱한 구설수

靑 ‘회심의 카드’ 김기식도 벼랑끝

내부에서도 “스스로 사퇴해야”

김기식 금감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권기자

“잡진 마시죠.”

1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20층 대회의실 앞.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50여명의 기자들이 팔을 잡고 늘어지며 자진 사퇴 입장 등을 묻자 짜증난 듯 이렇게 말했다.이날 기자들 질문에 김 원장이 답한 건 이게 전부였다. 그는 회의실로 들어서고 나설 때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 CEO는 “갑작스레 간담회를 한다고 해 참석했다”며 “이래저래 뒤숭숭한 상황이라 첫 상견례 자리인데도 예전 같은 금감원장의 존재감은 느낄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검찰’이다. 금융사가 큰 덩치만 믿고 소비자에게 ‘갑질’을 하거나 고객이 맡긴 돈을 함부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금융 감독 최고 기구로서 항상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대한민국 금감원이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해 채용비리에 휘말려 임원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이런 금감원을 개혁하겠다며 임명된 수장들이 오히려 금감원의 권위와 신뢰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 금감원은 이제 자체 내부 개혁은 차치하고 시장에서 ‘영(令)’도 서지 않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몰락은 청와대의 인사 참사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당초 문재인 정부의 첫 금감원 수장으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낙점했다. 그러나 금융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반발이 이어지자 고심 끝에 돌연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발탁했다. 이런 공백 기간 동안 금감원 개혁도 미뤄졌다. 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두루 지낸 최 전 원장은 처음엔 민간 출신 첫 금감원장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셀프 연임과 지배 구조 개편을 둘러싼 당국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충돌은 시장 참여자를 불안하고 피곤하게 만들었다.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불던 지난해 12월엔 “비트코인 거품이 빠지는 데 내기 해도 좋다”고 발언했다 갑자기 “가상화폐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게 돕겠다”고 오락가락 행보도 했다. 특히 금융권 채용비리를 척결하겠다며 앞장섰던 최 전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 사장 시절 대학 동기의 아들을 추천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국민적 반감을 샀다. 결국 그는 6개월 만에 낙마했다. 청와대는 이후 참여연대 출신으로 ‘정무위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기식’을 회심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사태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김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 외유성 해외 출장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며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새 원장 취임에 맞춰 새 금융 정책을 추진하려 했던 금감원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앱엔 김 원장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 올 정도로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적잖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금감원이 감독기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금감원장이 자신의 직무를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이 물러난다 해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청와대로선 인사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증에 공을 더 들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김 원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에도 금감원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잘못한 금융사를 벌 주는 기관인데 이미 도덕성에 흠집이 생긴 수장이 얼마나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새 정부가 미래 금융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발전 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wd1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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