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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치매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못지 않게 유병률 낮출 목표 설정ㆍ시민 동참도 필요”

입력
2018.08.13 22: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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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대한치매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지난해 9월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면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저출산과 수명연장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치매 문제 관리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치매를 주도하겠다는 정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진료 현장에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의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는 전문가 입장에서 치매국가책임제의 기본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다만 현재의 정책 진행을 살펴보면 몇 가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기에 이를 짚어보고자 한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여러 가지 퇴행성 뇌질환에 의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증상이다. 따라서 치매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면 환자와 보호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복지정책도 중요하지만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대한 의료ㆍ보건 분야의 정책적 대응도 중요하다.

치매 관리 정책 목표를 설정할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재정 지원하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의료적 개입을 통해 급증하는 치매 유병률을 줄여야 하는 보건학적 장기 목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한 이러한 보건학적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의료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

우선 급진적인 정책 시행보다 다소 느리더라도 합리적 정책 모색을 통한 점진적 접근이 중요하다. 충분한 준비기간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속히 전면적 정책을 실현하면 시행착오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의료 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에 받아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치매 관련 질환을 논의할 때 좀 더 폭 넓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발병 원인이 비교적 분명한 감염성 질환이나 병변(病變)이 확실한 암과 달리 치매를 일으키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은 원인ㆍ진단에서 경계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 대상을 일부 대표적인 치매 관련 질환에만 집중하기보다 좀더 더 넓은 시각으로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문제를 살펴보고 나아가 정상적인 노화과정도 살펴봐야 한다.

치매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정책구호가 자칫 잘못하면 치매 문제는 국가가 전담하고 사회 구성원은 이 문제를 국가에 맡겨도 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령인구 중 치매환자는 72만명으로 추정된다. 2024년 100만명, 2034년 15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에 치매국가책임제에서 추진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포함한 치매 전담 공공기관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에서 치매 문제를 전담하기보다는 기존 치매 관련 인프라인 지역 의료기관이나 복지시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치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면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치매 환자나 노령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자원봉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특정 치매 전담기관뿐만 아니라 시립미술관, 공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에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 나아가 일반 어르신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시스템에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기능이 손상된 어르신을 위한 배려가 이뤄지면 치매가 더 이상 한 가정에 큰 부담을 안겨주지 않게 되고 우리 사회의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김승현 대헌치매학회 이사장
김승현 대헌치매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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