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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택시비 이제야 갚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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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택시비 이제야 갚아요”

입력
2017.06.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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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거주 60대 강릉경찰서에 60만원 기부

경찰, 폭행 피해 택시기사 치료비로 지원

35년 전인 1982년 강릉에서 춘천까지 택시를 타고 갔으나 내지 못한 택시비 6만원의 10배인 60만원을 강릉경찰서에 전달한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편지. 강릉경찰서 제공
35년 전인 1982년 강릉에서 춘천까지 택시를 타고 갔으나 내지 못한 택시비 6만원의 10배인 60만원을 강릉경찰서에 전달한 익명의 기부자가 보낸 편지. 강릉경찰서 제공

지난달 25일 오후 강릉경찰서에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보내는 사람에 ‘영월’이라고만 적힌 봉투를 열자 빼곡히 사연이 적힌 편지와 5만 원권 12장이 들어 있었다.

영월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발송인은 “35년 전인 1982년 강릉에서 춘천까지 택시를 타고 갔으나 돈이 없어 택시비 6만원을 내지 못했다”며 “그 동안 양심의 가책을 갖고 살아오다 이제야 당시 요금의 10배인 60만원을 기부한다”고 적었다.

60만원을 기부한 그의 사연은 이랬다. 자신의 나이를 60세라고 밝힌 기부자는 35년 전 친구의 제안으로 강릉을 가게 됐다. 강릉에 도착한 뒤에는 친구 둘과 그곳에서 처음 만난 아저씨 둘과 술을 먹고 관광을 했다. 아저씨 한 명이 술에 취해 일어서지 못하자 도망쳐 나온 뒤 택시를 잡아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택시를 부른 친구는 "춘천에 가면 돈이 있다"고 했지만, 막상 도착하자 “돈을 빌릴 곳이 없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들은 택시비를 송금해주기로 약속했으나 35년이 지나도록 택시비를 내지 않았다.

글쓴이는 편지에서 “문득 6만원을 벌려고 밤새 강릉에서 춘천까지 오셨던 최씨라는 기사님을 마음에서 지울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죽기 전에 짐을 덜고 싶고, 기사님이 어찌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지만 찾을 수 없기에 좋은 일에 써주기를 바란다”고 경찰에 부탁했다.

경찰은 편지를 보낸 사람을 수소문했으나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봉투에 들어 있던 돈을 최근 폭행을 당해 봉합 수술을 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택시기사 한모(71)씨에게 지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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