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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옥류관 냉면

입력
2018.04.27 14: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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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예술단 평양방북 3일차.남측 예술단 일행이 옥류관 평양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2018.4.2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예술단 평양방북 3일차.남측 예술단 일행이 옥류관 평양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2018.4.2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고향이 평양 북쪽 정주인 시인 백석(白石)이 ‘국수’라고 부른 이것은 동치미국, 꿩고기, 육수, 고추가루가 등장하고 맛이 슴슴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평양냉면인 듯하다. 북에서는 냉면 먹는데 계절이 없었고 동치미 잘 익는 겨울에 즐겼다는 것을 이 시로도 알 수 있다.

▦ 북에서 평양냉면 잘 하는 식당으로는 대동강변 옥류관이 유명하다. 개점 50주년이던 2010년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보면 연간 방문객이 137만 6,000명, 하루 약 3,800명에 이른다. 옥류관 냉면을 먹어본 남쪽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의 평양냉면과 “다른 맛”이라고 한다. 우선 면이 더 쫄깃하다. 감자녹말 비율이 서울보다 높다는 말이다. 북한의 조선륙일오편집사가 2009년 제작한 동영상 ‘민족음식백과’ 평양냉면 편에는 메밀과 녹말을 7대 3으로 섞는다고 나온다. 거의 반반이라는 사람도 있다.

▦ 냉면육수는 소, 돼지, 닭고기를 배합해 우려내는 게 일반적이나 옥류관에서는 꿩과 닭을 쓴다고 한다. 거기에 동치미 국물을 섞는 것이다. 간을 간장으로 맞추는 것도 색다르다. 고명으로는 소ㆍ돼지 편육과 삶은 계란, 무김치, 오이, 배, 잣, 계란지단 등이 오른다. 먹는 법도 남쪽과 차이가 난다. 옥류관 직원들은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올려 거기에 일단 식초를 뿌린 뒤 육수와 섞어 먹도록 권한다. 매운 맛을 원할 때 겨자를 넣는 건 비슷하나 빨간 양념장을 따로 준비해 넣을 수 있도록 한 건 또 다르다.

▦ 남북정상회담 때마다 옥류관 냉면이 나왔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 점심에 냉면을 들었던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국수와 서울국수 어떤 게 맛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좋은 대답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던지 머뭇거리던 노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한다. “평양국수 맛이 진한 것 같더군요”. 북에서 일반적으로 양념장까지 넣어 먹는다면 백석이 노래한 슴슴한 맛은 남쪽이 더 할 것 같기도 하다. 옥류관은 물론이고 청류관, 고려호텔 등 북한 평양냉면집 순례를 마니아들이 학수고대할 게 틀림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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