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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는 당신에게 권하는 로맨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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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는 당신에게 권하는 로맨스 영화

입력
2015.09.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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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의 쌀쌀한 기운은 가을의 인기척이다. 가을을 탄다는 건 쓸쓸한 마음이 부른 공허함이 아닐까. 이럴 때일수록 달달한 사랑의 수혈이 필요하다.

1. 만추(2010)

고 이만희 감독의 23번째 연출작으로 알려져 있는 영화 ‘만추’를 김태용 감독이 탕웨이와 현빈을 앞세워 리메이크 했다. 실제로 김 감독과 탕웨이의 사랑이 이루어진 세기의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비와 안개의 도시 시애틀의 이국적인 배경과 탕웨이의 고독하면서도 그윽한 표정은 ‘만추’의 중심이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애나(탕웨이)가 7년의 수감 생활을 하다 어머니의 사망으로 72시간이라는 짧은 특별휴가를 받는다.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서 한국인 훈(현빈)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죄수와 사랑을 파는 남자의 아슬한 사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 결말은 뻔할 뿐이다. 영화는 둘의 사랑을 진하게도 깊게도 그리지 않는다. 오로지 탕웨이의 눈빛과 호흡, 부드러운 음성에 맡겨 깊은 여운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시종일관 잔잔하고 포근한 영상미는 안타까운 사랑의 말로를 더욱 강하게 부각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출소한 애나가 한 카페에서 돌아오지 못할 훈을 기다리며 인사말을 읊조리는 롱테이크의 마지막 장면도 압권이다.

2. 첨밀밀(1996)

10년간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1986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소군(여명)과 이요(장만옥)은 낯선 땅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에 빠진다. 타국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이요, 그런 이요를 포근하게 감싸주며 정신적인 위로를 주는 소군의 마음은 짠하게 다가온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두 사람을 따뜻하게 이어준 건 바로 가수 등려군이다. 영화 속에서 등려군이 부르는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은 아름다운 가사와 함께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두 연인의 애잔한 사랑이 등려군을 통해 전해진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 달려온 이요는 빚만 안은 채 장사에 실패하고, 돈보다는 이요를 걱정하던 소군은 서로 다른 이상에 힘들어하다 약혼녀와 결혼해버린다.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이들은 헤어진다. 그러나 운명 같은 사랑은 끈질기게도 이들을 잡아 당긴다. 또 다시 낯선 땅 뉴욕에서 이요와 소군은 맞닥뜨린다. 등려군의 죽음을 알리는 한 중고 전자상 앞에서.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설정해 현실적인 로맨스를 담아냈다.

3. 비포선라이즈(1995)

여행자들의 로망은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이성과의 짜릿한 대화일 것이다. ‘비포선라이즈’는 이런 일상의 우연을 바탕으로 프랑스 여대생과 미국 청년의 하루 간의 짧은 사랑을 담았다.

부다페스트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고 가을 학기 개강에 맞춰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느(줄리 델피)는 옆자리의 독일 부부가 시끄럽게 말다툼을 하자 자리를 피해 뒷자석으로 옮긴다. 그렇게 옮긴 자리에서 셀린느는 제시(에단 호크)를 만난다. 마드리드에 유학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실연 당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엔나로 가고 있다는 제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공통점을 발견해가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기차가 비엔나에 도착하자, 제시는 셀린느에게 하루를 같이 보내자고 제안한다. 비엔나의 거리를 돌며 사랑과 결혼, 죽음 등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레코드 가게에서 음악을 듣고, 버스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에서 술을 마시고, 공원에서 밤을 새는 등 두 젊은 남녀의 로맨틱한 모습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는 비가 내리는 촉촉한 비엔나의 거리나 아련한 성가대의 노랫노리가 들리는 성당, 집시들의 춤사위 등 셀린느와 제시가 지나쳤던 구석구석을 훑어주며 관객과 함께 사랑의 추억을 되짚어 준다.

4. 시월애(2000)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과 ‘도둑들’의 전지현과 이정재가 첫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다. 당시 서울 관객 25만명을 동원했다.

영화는 2년의 시간 차를 두고 살아가는 성현(이정재)과 은주(전지현)의 사랑 이야기다. 이탈리아어로 바다를 뜻하는 ‘일마레’라는 집에 이사 온 성현은 이상한 편지를 발견한다. 다음 주인을 위해 편지를 써 놓았던 은주(전지현)의 편지가 2년 전의 성현에게 보내진 것. 즉 과거의 성현과 미래의 은주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해 호감을 키워간다.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우편함 덕분에 편지와 선물을 주고 받으며 인연을 키워간다. 성현은 은주를 직접 만나고 싶어 과거의 은주를 찾아가지만, 은주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저 외국으로 떠난 남자친구와의 재회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간다. 은주의 추천대로 요리를 하며 기분을 풀어보는 성현, 강가에 앉아 성현이 보낸 장갑을 끼어 보는 은주 등 외로웠던 일상에서 서서히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특히 이정재가 스파게티를 요리하며 면이 익었는지 벽에 던져 확인하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제주 우도와 강화 석모도에서 촬영한 영화는 애절한 사랑의 분위기를 더욱 고취시켰다.

5. 오만과 편견(2005)

고전의 로맨스지만 촌스럽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톡톡 튀는 위트와 재치가 곁들여진 연애와 결혼 이야기다.

한 시골 마을 베넷가의 다섯 자매 중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믿는 자존심 세고 똑똑한 아가씨다. 이 조용한 마을에 부유한 가문의 신사 빙리와 다아시(매튜 맥파든)가 찾아 온다. 빙리의 대저택에서 열린 파티에서 처음 만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지만 속마음을 감춘 채 ‘밀당’만 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빙리의 여동생에게 자신에 대해 험담을 하는 말을 엿듣고는 상처를 받고, 다아시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긴다.

영화는 고전의 힘을 빌려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숲이나 정원을 거닐며 사색에 잠긴 주인공들이 사랑에 대한 오해를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면면

이 섬세하게 담겼다.

영화는 영국의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이 1813년 출간한 동명소설이다. 결혼하기로 한 남자 집안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된 그녀는 ‘오만과 편견’을 출간해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책과는 달리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 채 평생 독신으로 살며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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