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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영화 록키 보고 배우의 꿈 꿔... 그런 연기 해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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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영화 록키 보고 배우의 꿈 꿔... 그런 연기 해 봐야죠"

입력
2017.10.24 15: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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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계의 문 두드렸을 때

"그 몸집으로 연기 하겠냐" 깔봐

끝까지 버티자 다짐하면서 연기

어느새 출연작만 60편 이르러

원하는 캐릭터 위해 직접 기획도

"힘을 정의롭게 쓰는 작품하고 싶어"

액션, 코미디, 감성드라마 등을 종횡무진하는 마동석에게 ‘정통 멜로’는 미개척 장르다. 여러 번 도전을 권하자 그는 “나도 내가 나오는 멜로를 보기 힘들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액션, 코미디, 감성드라마 등을 종횡무진하는 마동석에게 ‘정통 멜로’는 미개척 장르다. 여러 번 도전을 권하자 그는 “나도 내가 나오는 멜로를 보기 힘들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이 세상은 결코 따스한 햇살과 무지개로만 채워져 있지 않아. 버티지 않으면 평생 무릎 꿇은 채로 살아야 하지. 인생은 난타전이야. 얼마나 강한 펀치를 날리느냐가 아니라, 끝없이 맞으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한 거야.”

영화 ‘록키’의 명대사를 배우 마동석(46)은 신념처럼 가슴에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살았다. 그가 처음 영화계의 문을 두드렸을 때, 누군가는 “그 몸집으로 어떻게 연기를 하겠냐”고 얕잡았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에서 20㎏을 덜어내고서 첫 배역을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용기보다 절망”을 안겼다.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이길 준비가 아니라 맞을 준비를 해야 해요. 패배하더라도 끝까지 버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난타 당하면서도 링을 떠나지 않은 그는 점점 록키를 닮아갔다. 단역에서 조연으로, 그리고 이제는 주연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며 쌓인 출연작이 어느새 60편에 이른다. ‘마블리(마동석+러블리)’라는 예쁘장한 애칭은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마동석은 “원래 맷집이 좋은 편”이라며 조금은 편안해진 표정으로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요즘 마동석은 호감도 면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무서운 좀비들을 맨손으로 때려잡고(‘부산행’), 의리파 조폭이 되어 더 나쁜 놈들을 소탕하고(‘나쁜 녀석들’), 악질 체납자에게 사기를 쳐서 세금을 받아내는(‘38 사기동대’) 그에게 관객과 시청자가 열광했다. ‘마블리’를 넘어 ‘마동석 장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지난 23일 5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의 깜짝 흥행도 ‘마동석’ 세 글자로 설명된다. ‘핵주먹’ 하나로 극악무도한 범죄집단을 일망타진한 괴물 형사의 원맨쇼에 도리어 폭력배들이 불쌍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한 작품이 잘 안 됐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흥행했다고 들뜨지도 않고요. 관객이 무얼 좋아하는지 새로 배웠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기쁘고 감사해요.” 그는 늘 그랬듯 덤덤하고 우직했다.

기획자로도 참여한 ‘범죄도시’에서는 극악무도한 조폭들을 제압하는 형사로 열연했다. 키위미디어 제공
기획자로도 참여한 ‘범죄도시’에서는 극악무도한 조폭들을 제압하는 형사로 열연했다. 키위미디어 제공
‘부라더’에서는 이동휘(왼쪽)와 형제로 찰진 호흡을 선보인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부라더’에서는 이동휘(왼쪽)와 형제로 찰진 호흡을 선보인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범죄도시’의 열기가 채 식지도 않았는데 따끈따끈한 새 영화를 또 내놨다. 그 동안 액션의 쾌감을 선사했다면, 다음달 2일 개봉하는 ‘부라더’에선 또 다른 주전공인 코미디를 선보인다. 평생 원망해 온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고향에 내려온 두 형제가 가문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다. 마동석은 유물 발굴로 한밑천 잡을 생각에만 골몰하는 맏아들 석봉 역을 맡았다. 옆으로 누우면 우람한 체구 탓에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다거나, 억지로 입은 트레이닝복의 오리 그림이 뚱뚱해지는 등 ‘마블리’ 캐릭터를 활용한 대사와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저도 평생 운동만 하다가 배우라는 ‘뜬구름’을 잡으려 했던 사람이라 석봉에게 이입이 되더라고요. 또 어릴 적 가난 탓에 아버지를 미워했던 마음도 떠올랐고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쩌면 그때 아버지에게 어린 내가 몰랐던 무슨 사연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마동석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를 보고 영화에 푹 빠졌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미국 친척 집에 얹혀 살면서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었다. 덩치 큰 미국인들 사이에서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다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됐고, UFC 초대 헤비급 챔피언인 마크 콜먼과 케빈 렌들맨 등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전담하면서 유명해졌다.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미국 현지 경찰 시험을 보기도 했다. 언어의 장벽도 있었지만 “미국인들도 힘들어할 만큼” 작문이 어려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 즈음 머릿속을 떠돌던 꿈이 다시 피어 올랐다. 교회에서 연극을 하던 기억도 스쳤다. “‘록키’를 보고 충격을 받은 그 순간부터 제 꿈은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배우가 되는 거였어요. 그러려면 영화를 배웠어야 하는데, 복싱을 했어요. 어이 없죠? 하하.”

다시는 꿈을 놓치지 않으려 무작정 짐을 싸 한국으로 향했다. 친한 지인에게 뒷정리를 부탁했다. 맨바닥부터 시작했다. ‘행인7’ 같은 단역이었지만 이마저도 자리를 얻기 어려웠다. 마동석은 “더는 갈 데가 없다는 절실함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큰 위기도 겪었다. 해외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 세트가 무너져 중상을 당했다. 가슴뼈와 척추가 부러져 여러 번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하반신 마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마동석은 끝내 털고 일어났다. 마동석이 곧 ‘록키’였다.

스탤론은 아무도 자신을 배우로 써주지 않자 ‘록키’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한국의 록키’ 마동석도 제작자들이 찾아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범죄도시’도 그가 이끄는 창작집단 ‘팀 고릴라’가 기획한 작품이다. 팔씨름 이야기 ‘챔피언’과 전직 복서가 주인공인 ‘곰탱이’ 등 새로 만드는 영화도 여럿이다. 개발 중인 시나리오가 2~3편, 웹툰은 14편이나 된다. “원하는 캐릭터나 장르를 평생 못해볼 수도 있으니까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영화 전체를 보는 눈이 길러져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되더군요. 아이디어는 제가 던지지만, 역시 글 쓰는 작가와 감독이 가장 중요해요.”

투자 제안도 받았지만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거절했다. 그는 “없이 살았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무슨 일이든 차곡차곡 준비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또 “원래 복권도 잘 안 맞고, 하나 심으면 하나 열매 맺고, 요행이 통하지 않더라”고도 했다. ‘책임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깡패나 살인마 역할을 많이 맡았고, 액션 연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그 모습을 멋있다고 생각할까 걱정도 돼요. 힘을 정의롭게 쓰는 작품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이유예요. 제가 ‘록키’ 보며 영화를 꿈꿨듯 누군가도 그럴 수 있을 테니까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마동석은 “요즘 새 영화를 찍느라 머리를 빡빡 깎았더니 머리가 더 커 보인다”고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었다. 살이 빠지면 몸이 아파서 평소에 체중 100㎏을 유지하고 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마동석은 “요즘 새 영화를 찍느라 머리를 빡빡 깎았더니 머리가 더 커 보인다”고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었다. 살이 빠지면 몸이 아파서 평소에 체중 100㎏을 유지하고 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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