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3월의 세금폭탄' 보완책
541만명에 평균 8만원씩 환급
정부가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 꼴인 541만명에게 1인당 평균 8만원씩 세금을 돌려주는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7일 확정했다. ‘세금폭탄’ 논란을 샀던 지난해 연말정산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5만명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부작용을 바로잡기로 한 것이다.
세간의 의심과 달리 세금폭탄 수준의 저소득층 세 부담 증가는 없었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미 거둔 세금까지 돌려주게 된 이번 연말정산 파동의 후유증은 상당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치밀한 준비 없이 우회 증세를 밀어붙이다 실제보다 부풀려진 결과에 분노한 납세자들 앞에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더 이상 편법 증세에 매달리지 말고 세율에 직접 손을 대는 정공법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새누리당과의 당정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의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4월 국회에서 보완대책이 반영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5월부터 해당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 환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보완대책에 앞서 실시한 지난해 연말정산 전수 조사 결과,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15%(약 205만명) 가량이 1인당 8만원씩 세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다만, 5,500만원 이하 전체로는 1인당 3만1,000원꼴로 세 부담이 줄어들어 당초 예측(1인당 3만4,000원 감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평균으로 보면,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했던 ‘저소득층 세금폭탄’은 없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하지만 지난 1월 당정 협의에 따라 205만명의 세 부담을 없애기 위해 ▦다(多)자녀에 대한 세액공제 액수를 높이고 ▦연금저축 세액공제율도 현행 12%에서 15%로 높이는 한편,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근로소득세액공제 기준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205만명 중 202만명의 세 부담이 전액 사라지고 나머지 3만명의 세 부담도 90% 가량 줄어들게 된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이번 대책으로 당초 541만명에게 부과됐던 4,227억원의 세금이 줄어들어, 정부가 세법개정으로 지난해 추가 징수하려던 세금규모 역시 1조1,400억원에서 7,200억원으로 감소하게 됐다.
올 초부터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연말정산 파동은 이로써 일단락됐지만 더 큰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우선 이번 대책으로 ‘공평과세’의 원칙은 훨씬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혜택을 늘린 결과, 세금을 안내는 근로자 층이 한층 넓어졌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지금도 근로자의 30%는 소득세 부담이 없는데 이대로 세법을 개정하면 50% 가까이가 세금을 안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안이한 접근과 대처에 대한 반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번 연말정산에 앞서 “5,5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이 전혀 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자’ 규모만 무려 205만명에 달했다. “평균(3만1,000원 감소)의 오류에 빠져 숱한 예외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5,500만원 이하의 85%가 세부담이 늘지 않았다는 분석은 양심을 저버린 뻔뻔한 발표”라며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는 2,500만원 이하 계층을 빼면 5,500만원 이하 납세자(749만명)의 절반 이상(52.9%)이 세 부담을 늘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도 누구 하나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게 더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우회 증세, 꼼수 증세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증세를 위한 것이었다면 편법에서 벗어나 세율 인상 등 직접 증세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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