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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생이라고 장학숙에 못 들어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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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생이라고 장학숙에 못 들어가나요

입력
2018.03.02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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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곳 중 13곳서 4년제생만 선발

수능 상위 100분의 20 이내 등

높은 성적기준 탓 입소 힘든 곳도

“지역인재 지원 취지에 합당”

“성적 획일화 기준 구시대적”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앞에 원룸 및 하숙을 놓는 전단이 빼곡히 부착돼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앞에 원룸 및 하숙을 놓는 전단이 빼곡히 부착돼 있다. 뉴시스

대전의 특성화고를 졸업한 최모(19)양은 서울 지역 전문대 입학을 알아보다 꿈을 접었다. 가고 싶은 학교에 기숙사가 없어서다. 그는 “가정 형편상 자취비용을 감당할 수는 없고, 보다 저렴한 학교 기숙사가 있으면 상경하려 했는데”라고 속상해했다. 서울에 있는 2년제 전문대 치위생학과를 졸업한 이모(25)씨는 “지방보다 일자리가 많아 서울 유학을 택했는데, 4년제 대학엔 거의 다 있는 기숙사가 없어 학창시절 내내 비싼 주거비를 버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가난한 지방 유학생이 그나마 기대볼 수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 운영 기숙사(장학숙)조차 전문대 학생에겐 좁은 문이었다. 장학숙은 지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 기숙사에 비해 저렴해 인기가 높지만, 전문대 학생들은 아예 받지 않거나, 높은 대입 성적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배제하고 있다.

1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장학숙 21곳의 2018학년도 선발요강을 분석한 결과, 13곳이 전문대 학생을 받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재단법인 충북학사 운영)는 선발 기준을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신입생’이라고 못을 박았다. 경북 경산시 경북학숙(경북장학회 운영) 역시 4년제 대학생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고 있다.

높은 성적 기준 탓에 사실상 전문대생의 입사가 어려운 곳도 11곳에 달했다. 서울 도봉구 경기도장학관(경기도민회장학회 운영)은 ‘수능 상위 100분의 20 이내’, 서울 서초구 서울장학숙(전북인재육성재단 운영)은 ‘수능 평균 80점 이상’이라는 입소 기준을 두고 있다.

애초 장학숙 운영 목적이 지역민의 세금으로 해당 지역 출신 우수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기에 성적에 따른 입소 여부 결정은 그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 4년제 대학에 재학하는 동안 장학숙에 거주했던 신모(27)군은 “전문대 학생 몫까지 챙겨주다 보면 정작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위한 자리가 부족할 수도 있다”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장학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기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입 성적에 의존하는 입소 기준이 차별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최근 기준을 바꾸는 장학숙도 있다. 서울 동작구 남도학숙(남도장학회 운영)은 2016년 12월 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함에 따라 전문대생도 입소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현재 4년제만 받고 있는 경북학숙은 2019학년도부터는 전문대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방성용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획실 홍보팀장은 “과거와 달리 특성화한 공부를 위해 전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 등 획일화한 기준에 함몰돼 있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며 “전문대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보다 세심한 기준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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