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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임기를 못 마치려고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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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임기를 못 마치려고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했나’”

입력
2018.01.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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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5월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장이 유영하 변호사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내가 임기를 못 마치고 (청와대를) 나올 줄 알고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대국민사과를 하면서도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국민의 분노를 불렀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최순실에게) 속은 것 같다. 내가 참 많은 걸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순실씨와 공범 여부가 핵심 쟁점인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주장이다.

‘중앙일보’는 26일 유 변호사를 단독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유 변호사를 통한 사실상의 ‘대리 인터뷰’ 성격이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변호인단이 모두 사퇴하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다. 재판도 가족 면회도 거부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유일한 인사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 때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을 맡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내밀한 사정까지 알게 돼 측근으로 부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근황을 상세히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추위를 많이 타는데 요즘 날이 추워 걱정이다. 허리에 디스크가 있고 왼쪽 무릎에 물이 차 다리를 잘 구부리지 못한다. 부신 기능이 나빠 얼굴도 많이 부었다. 청와대 있을 땐 주사로 관리를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지난 1월 4일 두 달 만에 면담했을 때 얼굴이 너무 부어서 깜짝 놀랐다. 매트리스에서 자는데 허리가 아파서 밤에 한두 시간마다 잠을 깬다고 한다. 통증이 가실 때까지 서 있다가 다시 잤다가 또 깨고 한단다. 내가 허리 때문에 구치소 측에 침대를 넣어 달라고 했는데 특혜라고 안 된단다. 병사(病舍)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침대 좀 놔달라는 게 왜 특혜냐. 식사도 짠 음식이 많아 김치를 물로 씻어서 조금 먹는 정도라고 한다. 구치소 측에 물어보니 매번 3분의 1 정도밖에 못 드신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에게 “관저에서 일할 때가 제일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 변호사가 ‘너무 일만 하신 거 아니냐’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확인을 안 하면 일이 안 되더라. 확인해야 일이 돌아가고, 나중에 잘 되면 그게 보람이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또 ‘내가 임기를 못 마치고 나올 줄 알고 그렇게 휴일도 없이 일만 했나 하는 생각이 요즘엔 가끔씩 든다’고도 했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재판의 쟁점들은 전면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자신에게 한 번도 삼성으로부터 말 등을 지원받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본인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정유라씨나 최씨를 지원해달라고 한 적이 없으며,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세 가지 입장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2014년 9월 12일께 자신이 안가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는 안봉근 전 비서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비서관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 부회장을 처음 독대한 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때”라고 밝혔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최근 새롭게 불거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해서도 유 변호사는 “집권 초에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썼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박 전 대통령이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사용내역을 보고받은 건 전혀 없다”고도 했다. 검찰은 앞서 4일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은 특활비 중 15억원을 차명폰 개통, 주사비 등 사적 용도로 썼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게 가장 최근 면회라고 했다. 당시 음식 얘기가 나와 유 변호사가 “회는 잘 못 드시지 않느냐”고 했더니 박 전 대통령은 “저도 싱싱한 거 잘 먹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유 변호사가 “나오시면 주문진에서 펄떡펄떡 뛰는 회를 모시겠습니다”고 덕담을 하니, 박 전 대통령은 “아휴 그런 날이 오겠어요”라며 씁쓸해했다고 유 변호사는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안 만나는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 유 변호사는 “일반인 접견은 구치소 측에서 대화를 기록하기 때문에 편하게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변호인 접견실도 크게 말하면 밖에 다 들리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수시로 나 보고 목소리 낮추라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또 변호인에게야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옷 갈아입은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진행되는 시점에 박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보도되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의 첫 인터뷰인 점을 감안해 가급적 그대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가 언론과 인터뷰한 건 지난해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재판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미리 인터뷰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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