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평균 6181만원… 1년새 2.2%↑
가처분소득은 3924만원 2.7% 증가 그쳐
대출 원금 갚는데 소득 4분의1 써
전세, 고령 가구 빚 부담 특히 가중
가계 재무건전성 갈수록 악화
가계가 1년간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둔다 해도 은행빚을 다 갚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년간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대출 원리금을 갚는데 쓰고 있는 돈이 4분의 1에 육박했다. 빚에 짓눌린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21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낸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 가계가 보유한 평균 부채는 6,181만원으로 1년 전보다 2.2% 늘었다. 가계부채는 금융부채(4,321만원)와 임대보증금(1,860만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금융부채의 증가율이 4.9%로 전체 부채 증가율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가계 구성원들의 소득을 합산한 가계 소득은 지난해 말 기준 평균 4,767만원. 여기서 세금 등을 제하고 실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3,924만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득보다 빚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작년 107.8%에서 올해는 110.1%까지 치솟았다. 1년 동안 가계 구성원 전체가 벌어들이는 돈을 모두 빚을 갚는데 쓴다 하더라도, 소득의 10% 가량에 해당하는 빚이 더 남는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가계 소득에서 빚 갚는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 늘었다. 가처분 소득 중 원리금 상환액의 비중은 지난해 21.7%에서 24.2%로 급증했는데, 소득의 4분의 1 가량을 오롯이 은행 등에 진 빚을 갚는데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빚을 갚는 돈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소비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출 초기부터 원리금 분할상환이 사실상 의무화되는 내년 이후에는 이 비율이 더 큰 폭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가구, 주거 형태별로는 전세 거주 가구의 빚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났다. 60세 이상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지난해 103.8%에서 109.4%로 급증,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전세보증금이 크게 뛰며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전세 가구의 이 비율 역시 76.5%에서 81.0%로 크게 올랐다. 자가 주택 보유 가구(128.7%)에 비하면 절대적으로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가 가처분 소득의 30.6%를 빚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나, 상용근로자(21.5%)나 임시ㆍ일용직(17.2%)보다 더 빚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노령층 가구의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월말 조사에서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가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7.9%에 그쳤고, 부족하다(매우 부족하다 포함)고 답한 가구는 62.1%에 달했다. 66세 이상 고령층 중 중위소득의 절반(1,156만원)을 채 벌지 못하는 비율(빈곤율) 역시 48.3%에 이르러, 전체 연령대 평균 빈곤율 16.3%의 세 배에 달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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