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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스프링클러 없어 화 키웠다… 중소병원 비껴간 안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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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스프링클러 없어 화 키웠다… 중소병원 비껴간 안전기준

입력
2018.01.26 21: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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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394㎡… 설치 의무 없어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후

요양ㆍ정신병원은 설치 의무화

“병원 의무 설치 기준 강화 시급”

소방관들이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 진압을 하는 동안 병원 내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밀양=연합뉴스
소방관들이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 진압을 하는 동안 병원 내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밀양=연합뉴스

“스프링클러만 있었더라면….”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소방 전문가들이 쏟아낸 공통된 지적이다.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스크링클러만 설치됐어도 인명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이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피해를 막는 핵심 초동 대처 수단인데도 중소병원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져 있어 법적ㆍ제도적 안전기준 정비가 시급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많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시행령에 근거해 옥내소화전과 비상경보기, 스프링클러, 간이스프링클러 등의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설비를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 수용 인원이 100명 이상인 문화ㆍ집회ㆍ종교ㆍ운동시설은 들어간 반면, ‘의료시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기관 등은 일반건물 기준에 준해 층수가 4층 이상이되, 바닥면적이 1,000㎡가 넘는 곳만 스프링클러를 갖추면 된다.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이나 바닥면적이 394.78㎡이어서 설치 책임을 면했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주 인원이 많은 병원 특성상 보다 엄격한 화재 관련 법령이 적용돼야 하지만 세종병원과 비슷한 규모의 중소병원들은 불을 꺼주는 장치를 굳이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의료시설 소방 기준을 강화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복지부는 2014년 21명의 사망자를 낸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고 이후 후속 조치로 이듬해 의료시설 중 노인ㆍ장애인이 상주하는 요양병원 및 정신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했다. 당시 중소 의료기관의 소방안전 기준을 한층 까다롭게 하는 법 개정안도 논의됐으나 결국 최종 적용 대상에서는 빠졌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촘촘해진 규정에 따라 같은 의료재단이 세종병원과 함께 운영하는 세종요양병원에는 스프링클러 설비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6월부터 시행된 개정법이 신규 건축물이 아닌 기존 병원의 경우 올해 6월까지 3년 동안 유예 기간을 둔 탓이다. 가정이기는 하나 이날 화재가 자칫 환자들이 자력으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요양병원에서 났다면 희생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기준 전체 1,367개 요양병원 중 스프링클러 설치를 완료한 곳은 62.3%(853개)에 그치고 있다.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세종병원은 건축면적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다. 세종요양병원도 6월 30일까지 마련하게 돼 있어 다음 주부터 (공사를) 하기로 한 상태였다”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제도의 일부 허점만 손질하는 ‘땜질식’ 대응으로는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시설 성격을 떠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다중이용 공간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강원 강릉시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불이 나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 3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에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된 덕분에 불길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비용 부담이 큰데 환자 안전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스프링클러를 다는 병원이 어디 있겠느냐”며 “의료기관은 재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대중이 자주 드나드는 시설인 만큼 설치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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