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센인 국가배상 소송 또 승소… 대법원 “위자료 더 주라”

알림

한센인 국가배상 소송 또 승소… 대법원 “위자료 더 주라”

입력
2017.05.29 20:00
0 0

대법 “피해자 형평 기해야”

위자료 여성 4,000만원ㆍ남성 3,000만원

대법 위자료 개입 두고 논란도

육신의 고통과 세속의 외면을 신앙으로 견뎌낸 한센인 신자들이 직접 땅을 고르고 모래를 채취해 지은 소록도 2번지 성당의 모습.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상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육신의 고통과 세속의 외면을 신앙으로 견뎌낸 한센인 신자들이 직접 땅을 고르고 모래를 채취해 지은 소록도 2번지 성당의 모습.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상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강제로 단종(斷種ㆍ정관 절제), 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이 대법원에서 2심 판결보다 더 많은 위자료를 받게 됐다. 피해자 배상에는 형평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아직 진행 중인 5건의 한센인 소송 위자료 액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11일 엄모씨 등 한센인 138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센인들에게 2,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위자료를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센인피해사건법이 피해의 일률적인 회복을 지향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매우 많고 전국에 분포돼 있는 등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서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에는 피해자 사이의 형평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에게 행해진 임신중절수술은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성의 정도가 중하고 형성 중인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나아가 강제로 모성을 상실 당한 여성의 정신적 고통은 다른 유형의 불법행위로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보다 더 심각해 남녀 피해자의 위자료 액수에 차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국가를 상대로 제기된 총 6건의 한센인 피해사건 중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은 올 2월에 있었던 1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임신중절수술 피해를 입은 여성은 4,000만원, 정관절제수술 피해를 입은 남성은 3,000만원으로 위자료를 결정했다. 그 뒤 한센인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2,0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고 판결한 항소심 사건이 올 3월과 지난 11일 대법원에 상고되자 위자료 액수를 올리라며 사건을 연거푸 돌려보낸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나머지 3건 중 2건은 대법원에, 1건은 1심 법원에 계류 중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의 위자료 개입을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 수십 년간 고통 받은 한센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리를 다루는 대법원이 1ㆍ2심 법원의 재량인 위자료 액수에 개입한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손해배상 액수를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중견 판사는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사건에서 똑같은 피해를 입은 한센인들이 위자료를 달리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