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지
기자

등록 : 2018.07.08 11:00
수정 : 2018.07.08 20:48

[토끼랑 산다] 귀여운 토끼 ‘피터래빗’ 아시나요?

[13] ‘피터래빗’으로 배우는 토끼 상식

등록 : 2018.07.08 11:00
수정 : 2018.07.08 20:48

영화 '피터 래빗' 포스터

“옛날 옛날에 아기 토끼 네 마리가 살았어요. 이름이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피터라는 토끼였지요.그 토끼들은 엄마와 함께 아주 커다란 전나무 밑동에 있는 모래 언덕에서 살았어요.”

영국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피터 래빗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1902년 출판된 ‘피터 래빗 이야기’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동화책에는 귀여운 토끼 ‘피터’가 등장한다. 피터는 노란 황동 단추가 달린 푸른색 재킷을 입고 있다. 장난기 많은 피터는 엄마가 하지 말라는 행동만 골라 한다. 동화책에는 개구쟁이 피터의 성장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5월 이 책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피터 래빗’이 개봉했다. 그림책 속에서 튀어나온 피터의 앙증맞은 모습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원작 동화책에 살을 붙여, 토끼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맞서는 피터의 모험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토끼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장면도 많아서,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주목 받았다.

아픈 아이를 위해 쓰인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

도서 '피터 래빗' 표지

영화 ‘피터 래빗’ 속 피터를 이해하려면 원작을 먼저 알아야 한다.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를 쓴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186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생활했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동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즐겼다. 특히 토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포터가 피터 래빗 이야기를 쓰게 된 건 1893년이다. 가정교사의 아들 노엘이 아파 투병 생활을 하게 되자 그에게 용기를 주려고 토끼가 등장하는 그림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1902년 영국 출판사 ‘프레더릭 원’에 의해 이 이야기들이 책으로 출판됐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영국 베스트 셀러가 됐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피터 래빗 이야기’는 출간 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노엘을 위로하기 위해 쓰인 책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토끼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포터는 토끼, 개구리, 고양이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썼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동물은 역시 토끼다. ‘피터 래빗 이야기’ 속 토끼 피터는 전나무 밑동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아빠는 근처에 사는 맥그레거 아저씨가 파이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오래 전 세상을 떠났다. 피터 래빗은 그래서 인간을 싫어한다. 엄마 말을 무시하고 맥그레거 아저씨의 정원을 누비며 상추, 강낭콩, 무 등을 훔쳐 먹는 건 일상이다. 그러다 멕그레거 아저씨에게 잡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피터 래빗 이야기’에는 토끼 피터가 겪는 인간과의 다툼이 담겼다.

토끼 습성을 생생하게 담아내다

영화 '피터 래빗' 스틸 컷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에는 토끼의 습성도 고스란히 담겼다. 평소 포터가 정원에서 토끼 모습을 잘 관찰했기 때문이다. 포터를 위해 만들어진 공식 사이트에는 그가 ‘동물학자’라고 불릴 만큼 동물을 사랑했다는 내용이 있다. 동화책에는 겁이 나면 몸을 동그랗게 마는 토끼 특유의 몸짓이 그림으로 등장한다. 또 블루베리 등 토끼가 좋아하는 과일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영화 ‘피터 래빗’에는 토끼의 습성이 더 잘 드러난다. 그림 속 토끼를 살아있는 영상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토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특히 토끼를 싫어하는 맥그레거 아저씨가 피터의 두 귀를 잡아채는 장면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끼를 잡을 때 ‘귀를 잡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영화에서 피터가 맥그레거 아저씨에게 귀를 잡힐 때 표정을 보면 인상을 잔뜩 쓰고 있다. 앞발을 좌우로 흔들며 거세게 반항하기도 한다. 토끼 귀는 예민한 편인데 잡아 당기면 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귀를 잡아 토끼를 들면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려 당연히 아플 수 밖에 없다.

또 영화 속에서 토끼들이 비를 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맥그레거 아저씨 집 근처에 토끼들이 있을 때 비가 갑자기 쏟아진다. 피터와 동생 토끼들은 당황하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비를 피할 장소를 찾는다. 여기서도 토끼의 습성을 파악할 수 있다. 토끼는 물을 매우 싫어하는 동물이다. 털에 물이 묻으면 잘 마르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에 물이 들어가면 염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영화 '피터 래빗' 스틸컷

토끼를 사랑하는 주인공 비와 토끼 피터. 영화 '피터 래빗' 스틸컷

영화 속에서 토끼를 사랑하는 인간으로 출연하는 비와 토끼가 교감을 나누는 모습도 반려인들만 알 수 있는 토끼 습성이다. 비는 토끼 이마에 자신의 머리를 맞대고 감정을 공유한다. 이는 실제 내가 키우는 토끼 ‘랄라’와 자주 하는 행동이다. 토끼는 사람이 이마와 머리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머리와 이마를 부드럽게 손으로 만져주면 토끼는 곧 눈을 감고 잠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토끼 반려인들은 토끼와 감정을 나누고 싶을 때 영화 속 비와 같은 행동을 한다.

영화 '피터 래빗'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끼 '피터'와 토끼 '랄라'(오른쪽). 영화 '피터 래빗' 스틸컷, 이순지 기자

동화책 ‘피터 래빗 이야기’와 영화 ‘피터 래빗’을 보면서 토끼 ‘랄라’를 쳐다보게 되는 일이 잦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토끼는 누군가에게 식량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토끼탕’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한다. 아직 토끼를 ‘반려동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토끼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토끼 ‘피터’의 모험기를 담은 ‘피터 래빗’은 그런 면에서 토끼 반려인에게 반가운 작품이다. 토끼를 반려동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밀감을 조성하고, 토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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