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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은 왜 유네스코 등재신청 철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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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은 왜 유네스코 등재신청 철회했나?

입력
2017.03.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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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한양도성'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철회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서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등재 불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한양도성'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철회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서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등재 불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던 ‘한양도성’이 일단은 세계유산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한양도성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신청을 철회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이달 초 14명으로 구성된 패널 심사에서 한양도성에 대해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등재 불가로 결론이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양도성은 한국 고유의 사상인 성리학과 풍수를 근간으로 자연 지세를 살려 1396년 축조돼 6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왔다. 조선왕조의 도읍지 한양을 둘러싼 산 능선을 따라 지어진 한양도성의 규모는 18.6㎞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한양도성을 2012년 12월 세계유산 잠정목록 대상으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해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계유산위원회에 앞서 예선 심사 격인 ICOMOS는 각국이 등재하려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Inscribe), ‘보류’(Refer), ‘반려’(D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한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도 등재 불가로 결론이 난 유산은 재신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화재청은 자진 신청 철회를 택했다.

ICOMOS 패널 심사에서 한양도성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다른 도시 성벽에 비해 세계유산의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ㆍ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문화유산의 OUV에 해당하는 기준은 모두 6가지인데, 한양도성은 3개를 신청해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할 때 ▦살아있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 혹은 문명의 특출한 증거 ▦인류 역사의 주요 단계를 보여주는 유형의 건물, 기술의 총체, 경관의 뛰어난 사례 ▦특정 문화를 표현하는 전통적 인간 정주지, 육지ㆍ바다의 사용 사례이거나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취약해진 환경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보여주는 사례 기준을 선택했다. 한양도성에서 조선 시대 도성의 축성 과정, 축조 형태, 수리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우리나라의 시대별 도성 발달사를 보여준다는 점, 조선 시대 다수의 문학작품과 겸재 정선 등 화가들의 그림 주제가 되는 등 주요한 예술ㆍ문학작품과 연관되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ICOMOS는 “한양도성이 계속 수리되고 유지됐다는 점이 인상적이지만, 행정적으로 관리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볼 수 없다”며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성을 가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이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하기는 1995년 주민들이 등재를 반대했던 ‘설악산 자연보호구역’과 2009년 ‘등재 불가’ 판정을 받은 ‘한국의 백악기 공룡해안’을 포함해 네 번째다. 지난해에는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정읍 무성서원 등 9개 서원을 묶은 ‘한국의 서원’이 서원들 사이 공통점이 명확하지 않아 ICOMOS로부터 ‘반려’ 판정을 받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유산을 등재할 때 더 면밀하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한양도성은 올해 1월 문화재청이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내년 신청 예정인 ‘한국의 서원’과 ‘서남해안 갯벌’에 이어 2019년 이후에나 등재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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