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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활로 연주 ‘젊은 하이든’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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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활로 연주 ‘젊은 하이든’ 기대하세요

입력
2017.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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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후 아벨 콰르텟의 김세준, 윤은솔, 박수현, 조형준(왼쪽부터). 인터뷰 차 곧바로 신문사로 달려온 이들은 ‘뮌헨의 연습벌레들’이란 별명답게 인터뷰 직후 연습실로 향했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입국 후 아벨 콰르텟의 김세준, 윤은솔, 박수현, 조형준(왼쪽부터). 인터뷰 차 곧바로 신문사로 달려온 이들은 ‘뮌헨의 연습벌레들’이란 별명답게 인터뷰 직후 연습실로 향했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이 친구들 소고기 사줘야 돼요.”

인터뷰 전 연주자들을 보며 소속 기획사 대표가 안쓰럽게 외친다. 지난 11월 한국인 최초로 실내악 부문 최고 권위의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 입상(3위)한 현악사중주그룹 ‘아벨 콰르텟’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1위(2015),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2위(2015)를 차례로 휩쓸며 주목받았지만 지난 해 제2바이올린을 맡았던 이우일(28)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면서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콩쿠르 3주를 앞두고 객원 박수현(28)이 긴급 투입돼 입상까지 한 건 기적에 가까웠다.

4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아벨 콰르텟은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고 말했다. “3주만에 9곡을 맞춰봐야 했거든요. 수현이는 개별 연습까지 새로 해야 하니 중압감이 말도 못할 걸 알았죠. 자포자기 상태로 ‘거절해도 된다’고 제안했죠.”(조형준 30ㆍ첼로)

“포기하는 걸 지켜보는 게 마음이 더 아팠던” 박수현이 통큰 결정을 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콩쿠르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윤은솔(30ㆍ바이올린), 김세준(29ㆍ비올라), 조형준이 그룹을 결성한 건 2013년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크리스토프 포펜(61)이 개설한 실내악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김세준, 윤은솔이 의기투합했고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조형준이 가세했다. “은솔 누나랑은 대학 때도 듀오를 자주 했어요. 형준 형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은 적 있는데 솔로 연주 부분에서 우리랑 소리 합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김세준)

포펜이 뮌헨 국립음대에 개설한 실내악 과정은 한 학기였지만, 처음부터 프로 활동을 목표로 준비했다. 만나면 하루 8시간씩 맹렬히 연습했기 때문에 합이 맞지 않기는 어려웠다. 수십 개 이름을 각 멤버 얼굴에 일일이 대조하고, 쉽게 불릴 수 있는 발음까지 고려해 낙점한 그룹명은 ‘아벨(abel)’. 히브리어로 ‘생명력’, ‘숨’을 뜻하는 이 말은 각 단계별 통과자를 알파벳순으로 발표하는 각종 콩쿠르에서 합격 여부를 빨리 알 수 있고, 수상 그룹 중에서도 이름을 제일 먼저 알릴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제네바 콩쿠르 상금으로 산 '바로크 활'. 현대활보다 짧고 활털이 적어 가볍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제네바 콩쿠르 상금으로 산 '바로크 활'. 현대활보다 짧고 활털이 적어 가볍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우여곡절 끝에 딴 제네바 콩쿠르 상금은 8,000 스위스프랑(930만원). 멤버 모두 ‘바로크 활’을 사는 데 썼단다. 하이든 콩쿠르 우승 후, 유독 하이든 전후 시대의 작품을 연주할 때면 관객 반응이 컸고, 그래서 원전악기는 아니라도 그 시절 음색을 일부라도 재현하고 싶었다고. “당대 작곡가들이 어떤 음색을 상상하며 작곡했을지 느껴보고 싶어”(윤은솔) 바꾼 활은 의외의 효과를 가져왔다. “바로크활은 현대활 보다 짧고 활털 수가 적죠. 현대활 긋는 방식으로 연주하면 활털이 금방 없어질 정도라 힘을 못줘요. 소리가 가볍게 붕 뜨죠. 예민하고 응집력은 있는데 크진 않아요.”(조형준)

13일 광화문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연주회 ‘하이든’에서 이런 음색을 맛볼 수 있다. 하이든 현악사중주로만 이뤄진 이번 연주회는 29번 ‘하우 두 유 두?’, 53번 ‘종달새’, 59번 ‘말 타는 기수’를 들려준다. 장전이 든든해서 일까. 김세준은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다양한 시대를 연주해왔는데, 이번에는 우리 강점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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