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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한국에 이렇게 고요한 매력도 있다니… 고궁 기행·템플스테이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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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한국에 이렇게 고요한 매력도 있다니… 고궁 기행·템플스테이 원더풀"

입력
2012.11.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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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에 목마른 관광객들

창덕궁 달빛기행 독일인 가족 "도심 속 고궁, 타임머신 탄듯"

법주사 체험 오스트리아인 "힐링 위한 최고의 여행지"

관광상품 부가가치 높여

고가의 문화재 관광 특화상품

현지 대대적 홍보 없이도 일본인들 반응 좋아

홍보 부족 등 아쉬워

"의사소통 잘 안 돼 불편"

"홈페이지만 보면 끌리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시내 관광지 가운데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온 곳이 딱 두 곳 있다. 한 곳은 청와대사랑채다. 내국인 방문객이 5만6,000여명이었던 데 반해 외국인은 20만8,000여명이 방문했다. 이곳은 한국인들에게는 관광지라기엔 조금 애매한 곳이라 특별한 경우다.

다른 한 곳이 종묘다. 내국인이 10만 3,000여명 찾아왔고 외국인은 11만 8,000여명 방문했다. 국립중앙박물관(내국인 129만8,000여명, 외국인 6만7,000여명), 롯데월드(내국인 268만9,000여명, 외국인 21만3,000여명) 등과 비교하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종묘에 얼마나 큰 관심을 보였는지를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외국인 방문객의 비중이 높은 곳은 경복궁, 창덕궁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와, 여긴 정말 멋진 팰리스네요. 대도시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니… 마치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지난달 마지막 날 창덕궁 달빛기행에 참가한 독일인 데트레브 라드로프 가족은 적잖이 들떠 있었다.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청사초롱을 든 네 식구는 은은한 조명을 밝힌 고궁의 뒤뜰을 밟으며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서울처럼 복잡한 대도시 안에 역사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고즈넉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동양의 고요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라드로프는 특히 달밤에 진행하는 국악연주에 만족감을 보였다.

업무 때문에 반년째 한국에 체류 중이라는 그에게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아냐고 묻자 "글쎄… 한 2,000년쯤 되나요?"하고 대답했다. 역사에 대해선 아는 게 많지 않았지만 한국의 문화 유산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지난달 경복궁 경회루에서 열린 연향(왕이 국빈을 대접하는 잔치) 재현 행사에도 참석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은 다이내믹하지만 동시에 매우 고요한 면모를 간직한 곳"이라며 "그런 매력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조금 특별한 일본인 관광객들의 행사가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한국의 문화재 9곳을 둘러보는 상품을 처음 구입해 방한한 일본인들을 위한 행사다. 이 상품은 기획 당시 인기가 높았는데 독도 문제로 한ㆍ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타격이 컸다. 그래도 기대 이상의 모객이 이뤄져 총 220명이 이번에 상품을 구입했다. 이들은 각자 상품을 구입한 여행사별로 창덕궁, 종묘뿐 아니라 강화 고인돌, 안동 하회마을, 경주 불국사(석굴암) 첨성대, 합천 해인사(장경판) 등을 여행했다.

역사ㆍ문화관광 특화상품인 이 상품은 4박5일 일정에 1인당 평균 9만엔(122만원)의 가격에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여행 상품이라고 해도 꽤 고가다.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상품이라는 뜻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상품팀 호수영 차장은 "역사가 테마인 상품이라 (냉각된 한일관계 때문에) 현지에서 홍보도 속 시원히 못하고 있는데 의외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안동에 가서는 고택에서 숙박을 하고 탈춤을 경험해보고, 수원화성에 가서는 한복을 차려 입고 전통문화를 배우는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충북 보은군 법주사에서는 오스트리아인 30명이 단체로 절집 생활을 체험하고 있었다. 티롤주 인스부르크와 주변의 작은 마을들에서 온 여행객들이었다. 각자 직업을 갖고 있지만 민속음악 연주단에 속해 있는 이들은 특히 저녁 예불 전 법고와 목어, 운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늦은 저녁 공양이 어설프고 차가웠는데도 맛 있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의 이미지, 아니면 삼성이나 현대 같은 회사의 이름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여긴 완전히 다른 세상이네요.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문화가 있다니…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은행원 잉그리드 트로거는 "외국에 갈 때는 흔히 흥분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차분히 가라앉는다"며 "'힐링'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시끄럽고 복잡한 곳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조용한 곳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용사 엘피 크노프라흐도 "네팔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불교는 다 그런 모습일지 알았다"며 "한국의 불교문화 자체도 새롭지만, 사원에서 직?먹고 자면서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매력"이라고 거들었다.

아쉬운 점을 얘기해 달라니까 일행 중 막내인 줄리안 에하르트(학생)는 "가이드북에는 한국인들이 다 영어를 잘 한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혼자 왔다고 했을 때, 이곳까지 찾아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공무원 안드레아스 단너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사진만 보고 한국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지는 않다"며 "템플스테이의 매력을 찬찬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자연환경은 아름다운데 여기저기 마구 개발 중이고, 개발 된 모습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산사·고택… 체험형 콘텐츠 인기

전통문화와 관련한 관광 콘텐츠 가운데 외국인들의 호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템플스테이와 고택체험이다. 둘은 체험형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는 템플스테이는 예불, 참선, 발우공양, 다도 등 사찰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수행자의 삶을 겪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종교를 내세우기보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산사체험으로 운영되면서 한국의 정신문화를 느껴보는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2002년 33개 사찰에서 시작돼 지난해 118개까지 늘었다가 올해 109개 사찰에서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13만1,000여명의 외국인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양적 성장 위주의 구조와 재참가율 저조, 외국인 전담 인력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불교문화사업단은 향후 10년을 '템플스테이 시즌2' 기간으로 정하고 '나를 위한 행복한 습관'을 슬로건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단은 "내국인, 외국인, 학생, 직장인 등 각 수요자별 브랜드를 강화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의미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택체험은 전통 형식의 숙박뿐 아니라 음식, 공연관람, 교육, 휴식 등을 모두 체험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시골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여기고 있다. 경북 산골의 수백년 묵은 종택에서 전통 음식을 맛보며 한 집안의 내력을 듣는 것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들끼리 찾아갈 만큼 외국어 사용이 자유로운 고택이 많지 않고, 외국에서 예약이나 숙박문의를 할 만한 방법이 마땅찮은 것이 사실이다. 숙박이 가능한 고택의 약 50%가 경북 지역에 몰려 있어 주변의 연계 관광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공동기획 : 한국일보사·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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