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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 고속철 역엔 인파… 별천지 된 ‘대륙의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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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 고속철 역엔 인파… 별천지 된 ‘대륙의 꼬리’

입력
2015.11.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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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영어ㆍ한글 등 4개 국어 표기 호텔은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 점령

개발 열기에 집값 4년새 2, 3배 ↑

백두산 관문인 얼다오바이허도 외국 투자자 몰리며 곳곳 공사판

러 블라디보스토크에도 초고층빌딩 극동 개발로 경기침체 탈출 모색

나진~하산 도로 건설도 추진

“논밭뿐이던 대륙의 꼬리가 변방 중심이 돼버렸네요.”

지난달 24일 중국 동북지역 지린(吉林)성 국경도시 훈춘(琿春)을 3년 만에 다시 찾은 사업가 김모(33)씨는 확 바뀐 도시 풍경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9월 개통한 고속철도 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파 속에 훈춘에 첫 발을 디딘 김씨는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상전벽해를 더욱 실감했다.

동해를 불과 10㎞ 앞에 둔 중국 대륙의 동쪽 끝이자 러시아 및 북한과 국경을 맞댄 훈춘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도심 상점 간판은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 한글 등 4개 국어로 표기됐고, 주요 호텔은 러시아 사람들이 대부분 점령했다. 최근엔 고속철도를 타고 관광에 나선 중국인들이 몰려 들면서 주말에는 호텔 방 잡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변했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 지난달 29일 단둥 시내 고층빌딩에서 촬영한 이 대교의 웅장한 위용과 달리 건너편 신의주 쪽은 도로 연결이 돼 있지 않은 모습이 선명하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북중 교역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완공된 지 1년이 되도록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 지난달 29일 단둥 시내 고층빌딩에서 촬영한 이 대교의 웅장한 위용과 달리 건너편 신의주 쪽은 도로 연결이 돼 있지 않은 모습이 선명하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북중 교역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완공된 지 1년이 되도록 지나다니는 차량이 없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9월20일 개통한 고속철도 훈춘역 전경. 중국의 변방인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9월20일 개통한 고속철도 훈춘역 전경. 중국의 변방인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훈춘=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별천지로 변하는 중국 변방

국경무역 번성과 고속철도 개통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신도시 개발열기가 달아오르면서 25만명 규모 중소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국제버스터미널 부근 신시가지에 들어설 이우쇼핑몰 주변 고급아파트 집값은 2011년 비해 2, 3배나 뛰었다. 도시는 도로공사와 주거단지 호텔 쇼핑센터 정부기관 체육관 건립 등으로 거대 공사판이 됐다. 시내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동북3성 지역이 최근 성장률 둔화로 침체돼 있지만 이 곳은 별천지”라며 “도시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서 활기가 넘친다”고 전했다. 실제로 훈춘은 중국 평균을 훨씬 웃돌며 2012년 25%, 2013년 1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와의 교역을 위해 세관 4곳을 운영하고 있는 훈춘에는 조만간 세관이 하나 더 들어설 예정이다. 북한과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 취안허(圈河) 세관에 자리잡은 노후한 두만강대교 옆에선 신두만강대교 공사도 한창이다. 2014년 9월 착공한 이 교각은 2016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중국은 취안허 세관과 북한의 원정리 세관을 통합해 통관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두산 지역개발도 불이 붙는 양상이다. 백두산의 관문으로 훈춘에서 100여km 떨어진 지린성 작은 마을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중국 정부의 백두산 개발의지가 확고해지자 외국인 투자자까지 몰려 고급주택 아파트 스키장 온천 5성급호텔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민은 “재작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개발 열기로 얼다오바이허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북중 접경인 압록강 상류에서 중국 관광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에 북한 상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작은 목선을 타고 접근해 특산품과 기념품을 파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남성은 50~150위안을 받고 약재와 인삼 술 담배 김치 오리알 등을 판매했다. 유람선 가이드가 목선을 유람선에 접안시켜 주고, 관광객을 모아 거래 주선을 한 걸로 봐서 가이드와 이 남성간 사전 계약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말 북중 접경인 압록강 상류에서 중국 관광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에 북한 상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작은 목선을 타고 접근해 특산품과 기념품을 파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남성은 50~150위안을 받고 약재와 인삼 술 담배 김치 오리알 등을 판매했다. 유람선 가이드가 목선을 유람선에 접안시켜 주고, 관광객을 모아 거래 주선을 한 걸로 봐서 가이드와 이 남성간 사전 계약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둥=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부동산 개발 붐으로 대규모 신시가지가 조성됐다가 경기둔화로 열기가 다소 가라앉은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도 북한과의 교역확대 분위기에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9월 1일 선양(瀋陽)간 고속철도가 뚫린데다 12월에는 다롄(大連)으로도 연결될 예정이라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북중교역 확대의 전환점이 될 신압록강대교는 북한 쪽 연결도로 미비로 여전히 막혀 있었다. 신압록강대교는 완공된 지 벌써 1년이 됐다. 중국 전문가인 이창주 푸단대 박사는 “접경지역의 급변이 북한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개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실제로 문을 열 경우 변화 폭은 상당할 것이며 신압록강대교가 외부와의 교류를 촉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동 개발로 살 길 찾는 러시아

중국 쪽보다 개발 속도는 느리지만 러시아도 극동지역 개발의 밑그림을 짜고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서방 제재와 유가하락에 따른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동쪽 접경지역 개발을 돌파구로 삼으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에겔셸드 지역에 신축되는 있는 초고층빌딩 모습. 자유항 및 선도개발구역 지정 등 극동지역 개발에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북한이나 중국을 잇는 인프라 건설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보스토크=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의 에겔셸드 지역에 신축되는 있는 초고층빌딩 모습. 자유항 및 선도개발구역 지정 등 극동지역 개발에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북한이나 중국을 잇는 인프라 건설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보스토크=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달 23일 찾아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해변에는 초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있었으며, 동해에 접한 연해주 주요 항구도시에는 항만개발과 호텔신축 계획이 잡혀 있었다. 중국과의 교역확대 차원에서 훈춘까지 연결된 중국의 고속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단선철로인 기존의 나진-하산 연결로를 복선으로 확대하고 철로 옆에 도로를 추가 건설하기로 북한과 구두합의를 마쳤다. 극동연방대 알렉산드르 아브라모프 교수는 “극동개발을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중국 및 북한과의 협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도 이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ㆍ자루비노ㆍ크라스키노ㆍ훈춘ㆍ백두산ㆍ옌지ㆍ단둥ㆍ선양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글 싣는 순서]심층기획 ‘개발 열풍, 북ㆍ중ㆍ러 접경을 가다’

<1>천지개벽하는 압록ㆍ두만강변

<2>100년 만의 부활 꿈꾸는 연해주

<3>대륙의 꼬리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4>긴장과 기대 교차하는 두만강

<5>열리지 않은 개방다리, 신압록강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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