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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호조ㆍ내수반등에도 봄날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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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호조ㆍ내수반등에도 봄날은 이르다

입력
2017.04.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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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출액 498억달러

3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

소매판매액 지수도 반등세

“中 사드보복ㆍ美 보호무역 등

대내외 불확실성 여전하다”

재정ㆍ통화 수장들은 경계감

경제성장률을 까먹던 수출이 3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을 기록하면서 실물 경제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업 심리가 개선되고 내수(소비) 역시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곳곳에서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에서 불어온 온기가 밑바닥 경기까지 전파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햇살은 따스하나 이내 서늘한 바람이 부는 냉기와 온기의 묘한 공존처럼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 경기다.

나아지는 지표

경기 개선 단서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수출 회복세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89억달러(통관 실적 잠정치)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다. 1월(11.2%)과 2월(20.2%)까지 보면 세 달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다.

특히 지난달 수출은 월간 액수로도 2014년 12월(495억달러) 이후 2년 3개월만에 최대치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지난해(4,954억 달러) 실패한 수출 5,000억달러 선 복귀도 2년만에 가능해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수출에는 청신호다.

내수도 부진에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2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1월에 비해 3.2% 늘며 3개월 연속(지난해 11월~올해 1월) 마이너스 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지난달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79를 기록하며 2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경기가 나아진다고 보는 기업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상당 부분 덜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달 9일 대통령 선거 직후 신정부가 들어서면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없잖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경제 상황을 지난해(실질성장률 2.8%)보다 나빠질 것으로 봤던 연구기관들이 조만간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올려 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미 지난달 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발표 예정인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기존 전망치(2.4%)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상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늦출 수 없는 긴장

이처럼 각종 지표와 최근 분위기를 보면 거의 모든 변수들이 분명히 경기 회복을 가리키고 있다. ‘4월 위기설’이란 얘기까지 나돌던 한두 달 전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G2’ 관련 악재가 여전히 살아 있어 상황은 한 순간 뒤바뀔 수도 있다. 새 정부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드 배치를 추진할 경우 중국이 더 높은 단계의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달 중순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도 변수다. 만약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수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도 여전히 서슬이 퍼렇게 살아 있다.

재정ㆍ통화 당국의 수장이 수출 호전에 대해 동시에 경계감을 드러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북한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고 통상현안과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며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현재 경기회복을 견인하는 수출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등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여건을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수출 증가 수혜를 거의 대기업이 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최근 수출 증가를 주도하는 품목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이다. 노동력이 아닌 설비 투자가 집중 투입되는 산업이란 점에서 전반적인 바닥경기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엔 한계가 있다. 최근 고용 관련 지표에서도 제조업 일자리는 8개월 연속 감소했다. 2월 실업률도 5.0%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외풍에 오락가락 하는 수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내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이 총재는 “위축된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관련, “지표와 경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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