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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손오공ㆍ저팔계ㆍ사오정은 실존인물

입력
2017.09.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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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와 더불어 동아시아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 받는 고전하면 단연 ‘서유기’이다. ‘서유기’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만화 등으로 이미 수십 번 이상 리메이크 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서유기’는 당나라 초기의 고승인 현장(602∼664년)이 인도로 유학해 경전을 가져온 사실을 기반으로 각색된 소설이다. 중국은 원나라 때부터 무대공연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때문에 흥미로운 대본이 필요했고, 이렇게 발전해서 재정리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삼국지’나 ‘서유기’ 등의 고전이다.

현장은 당나라가 건국된 9년 후인 627(혹 629)년 인도행을 감행하여 645년 당의 수도인 장안으로 귀국한다. 이러한 왕복과정을 통해 직접 답사한 나라가 110개국이며, 정보를 가지고 있던 나라는 138개국에 이른다.

현장이 당으로 귀국했을 때, 당나라는 세계 최강국의 위상을 확립해 나가고 있었다. 당시 군주였던 당 태종은 현장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가치를 파악하고, 여행보고서의 제출을 요청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문건이 ‘대당서역기’ 12권이다. 이외에 현장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전기 자료로는 ‘자은전’ 10권 등 다수가 있다.

‘대당서역기’는 당나라의 중앙아시아 경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마침내 당은 세계최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다. 또 현장의 영향에 의해 당은 확고한 불교국가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이는 당 태종이 임종 무렵 “내가 스님을 늦게 만나 불법을 넓히지 못한 것이 한이다”고 한 것을 통해 분명해진다.

현장이 인도행을 감행할 때는 당나라가 수립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안정을 위해 국경이 봉쇄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크로드에 오른 현장의 최대 후원자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고창국왕 국문태다.

국문태는 현장과 의형제가 된 후, 현장의 시종제자로 오공(悟空)ㆍ오능(悟能)ㆍ오정(悟淨)ㆍ오혜(悟慧)를 붙여준다. 이들이 바로 ‘서유기’에서 윤색돼 손오공ㆍ저오능(저팔계)ㆍ사오정이 되는 실존인물들이다. 또 사실은 4명인데 소설에서는 3명만 등장하는 것은 ‘사(四)’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피했기 때문이다.

이들 4명은 모두 ‘깨달을 오(悟)’자 돌림인데, 이런 돌림자 문화는 불교에서 시작되어 동아시아에 일반화한 문화이다. 친형제는 생김새가 닮았고 또 집단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름에까지 통일성을 부여할 필연성이 낮다. 그러나 불교의 사형제나 법형제는 서로 다른 배경과 혈통들이 모인 특수집단이다. 또 예전 거대사찰에는 수천 명의 승려들이 함께 살았다. 이렇다보니 문도끼리 집단의식을 고취하고 다른 문도와는 소속을 분명히 해야 할 필연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찰에서 돌림자를 사용하게 되는 이유이다.

4제자 중 오능과 오정은 파미르고원을 넘는 과정에서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오공과 오혜는 현장을 끝까지 모시고 고향인 고창국으로 돌아와 그곳에 남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해피엔딩인 ‘서유기’에서는 손오공ㆍ저오능ㆍ사오정이 모두 당나라로 귀국하며, 각각 경전을 구해온 공덕으로 불교의 성자 반열에 오른 것으로 끝난다.

‘대당서역기’ 등의 문헌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현장이다. 그러나 ‘서유기’의 주인공은 현장보다는 손오공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렇게 하는 것이 극적인 재미와 전개에 보다 유리했기 때문이다. 또 같은 이유에서 오공 역시 승려에서 원숭이로의 변모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원숭이였을까? 그것은 인도의 ‘라마야나’라는 이야기 속에 하누만이라는 원숭이신이 용맹한 전투력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즉 ‘서유기’에는 인도와 중국의 융합이라는 고대사의 큰 사건이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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