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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기력ㆍ뒷북에 총리 공백까지… 총체적 난맥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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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기력ㆍ뒷북에 총리 공백까지… 총체적 난맥 더 두렵다

입력
2015.06.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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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조정 능력 떨어져 상황 악화

첫 확진 8일 만에 대책본부 출범

靑도 국회법 개정안에만 몰두

사스ㆍ신종플루 사태 때 신속대응

국민불안 최소화 전례 잊지 말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은 세종청사에서 회의 참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은 세종청사에서 회의 참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확산일로를 걸으면서 위기를 수습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과거 사스(SARS)나 신종플루(H1N1)같은 호흡기전염병 창궐 당시와 비교해 정부 대응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 청와대의 뒷북 수습에 더해 국무총리 장기 부재로 인한 정책조정능력 공백도 상황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의 무능력은 과거 사스, 신종플루 대처 때와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2003년 초 중국에서 신종 전염병인 사스가 번지자 당시 고건 총리는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국내 확산을 막아냈다. 그는 4월 홍콩에서 사망환자가 발생하자 같은 달 23일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소집했고 사흘 뒤에는 부처 총동원과 업무조정을 위해 국무총리 직속 범정부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감염자의 주요 유입 경로인 공항, 항만 검역 강화를 위해 국방부 소속 의료진 70명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보완책도 이뤄졌다.

국민 안전 문제와 직결된 만큼 민심을 다독이는 조치도 잇따랐다. 고 전 총리는 대한의사협회 등 민간의료단체 대표를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고 ‘사스 의심환자 10일 강제 격리’등 정부의 강한 대응 의지를 담은 대국민 담화문도 발표했다.

국내 첫 사스 추정환자는 관계부처 회의 닷새 후인 28일 중국에서 입국하다 공항 검역 과정에서 걸러졌고 그 즉시 격리 조치되면서 2차 감염 등 만약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범정부종합상황실은 안정기에 접어든 6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고,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에도 범정부 대처는 발 빠르게 진행됐다.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총리실은 4월 26일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소집해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는 27일 ‘일일점검체제’ 가동을 지시하고 28일부터는 수시로 장차관회의를 열어 상황 전반을 조정했다. 신종플루 유행은 반년 이상 이어졌고 일부 미흡한 대처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혼란은 덜했다.

그러나 올해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국민을 보호할 정부는 사실상 없었다. 그간 대응을 주도했던 총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발벗고 나서서 메르스 대책을 조율하는 사람이 없었다. 총리실 역시 황교안 신임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총리 지시하에 TF팀이 꾸려지고 비상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며 “(위기상황을 지휘할)총리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가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컨트롤타워 부재상황이 지속되면서 사태 수습을 지휘할 대책본부는 지난달 28일에야 보건복지부에 처음 설치됐다. 첫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판명된 지 무려 8일이 흐른 뒤였다.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은 첫 사망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2일에야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처음 소집했고 '괴담 유포자 엄정 대응'을 강조하는 등 내용마저 부실했다. 게다가 이날은 5박6일 일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대응을 주문했지만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시사 등 정쟁 대처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3일 민간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모아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상황은 국가비상사태 급으로 비화한 뒤였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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