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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초체력 튼튼하다지만, 신흥국 위기 전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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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초체력 튼튼하다지만, 신흥국 위기 전염 우려

입력
2018.06.1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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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격차 0.5%포인트 벌어져 주식시장서 넉 달 연속 자금 유출 가계 부채도 지속적인 증가세 한국은행 ‘돈줄 죄기’ 어려워 부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신흥국 불안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위기에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당국은 한국 경제의 건실한 기초체력(펀더멘털) 등을 들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신흥국이라는 ‘운명공동체’로 휩쓸리곤 했던 전례를 돌아보면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계ㆍ기업 부채, 고용시장 경색, 실물경기 침체 신호 등 거듭된 난제에 신흥국 위기 사태까지 덮칠 경우 정책적 대응이 불가능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우려는 한층 커졌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연 1.75~2.00%로 오른 반면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줄곧 연 1.50%로 동결되며 내외 금리차가 0.5%포인트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수익을 좇아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돈의 생리상 국내에 들어온 국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은 더 커진 셈이다.

당국은 자금 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신흥국은 몰라도 우리나라는 경제 상황이 양호해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외국인 주식 자금은 금리보다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에 좌우되는 점, 채권자금은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자 비중이 60% 이상인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미국의) 한두 번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이 촉발되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연준이 올해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4회로 상향 조정, 하반기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한은이 금리 동결 입장을 고수할 경우 내외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매달 4조원 안팎의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지고 있는 채권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은 이미 지난 2월 이후 넉 달 연속 1조원 안팎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한ㆍ미 기준금리 추이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한ㆍ미 기준금리 추이_김경진기자

문제는 한은이 금리차 축소만을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긴 어렵다는 데에 있다. 우선 천문학적 규모인 민간 부채가 걸림돌이다. 가계부채는 정부 규제에도 전세대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업부채도 가계 대신 기업으로 눈을 돌린 은행의 대출영업과 금리가 낮을 때 자금을 확보해두려는 기업들의 계산이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금리를 올릴 경우 상환 부담 증가로 취약 가계와 기업이 입을 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안한 실물경기도 한은이 돈줄을 죄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건설경기는 하반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 고용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진퇴양난에 신흥국 위기까지 옮겨 붙는다면 우리 경제는 손쓸 여지도 없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언급으로 촉발된 2013년 ‘긴축 발작’ 당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하나 같이 투자자금 유출, 통화가치 하락, 증시 급락 등의 충격을 겪었다. 특히 5년 전과 달리 이번엔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돈줄을 죌 채비를 하고 있어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 이 총재가 “자본유출과 관련해 경계심을 갖고 봐야 할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취약 신흥국이 받게 될 영향”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이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지만 우리는 불안하다보니 금리 인상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며 “‘우리는 괜찮다’는 말에 그치지 말고 신흥국 불안 확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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