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지하에서 ‘핵 탄두’ 폭발 실험을 하는 형태로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핵 탄두 실험은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한 핵 탄두를 기폭장치와 연결해 실제 터뜨리는 것으로, 핵 무기 보유능력을 가늠하는 마지막 실험 관문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4차례 핵실험은 핵 물질의 폭발 여부와 위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핵탄두 실험은 곧장 무기화 할 수 있는 단계여서 성공하면 미사일에 탑재해 언제든 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시한) 핵탄두 폭발시험을 주목하고 있고, 특히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5일 김정은 위원장은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최근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이 언급한 핵탄두 폭발시험과 관련, 지하 핵실험 시설에서 미사일 탑재용 핵탄두를 폭파시키거나, 핵탄두에서 핵 물질을 빼고 기폭장치만 탑재한 채 공중에서 터뜨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 가운데 지하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최근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기술자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갱도 속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미 정보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차량과 인원의 움직임이 지난달 보다 2~3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했다.
군 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치적 쌓기 차원에서 당 대회 전 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당 대회라는 ‘영화’ 흥행을 위해 예고편 성격으로 핵탄두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세트 도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이날 북한이 당대회 전 5차 핵실험 단행을 러시아 측에 시사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과 협의할 때 “우리의 전투 능력을 경시하면 놀라게 될 것”이라며 “당대회 전에 높은 전투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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