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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577-0199

입력
2018.01.30 15: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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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권위 있는 가요상인 그래미상이 올해로 60회를 맞았다. 엊그제 뉴욕의 실내경기장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R&B, 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브루노 마스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주요상을 휩쓸었다. 시상식에 곁들인 공연 중 힙합 뮤지션 로직이 선보인 ‘1-800-273-8255’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최고 신인상’을 받은 가수 알레시아 카라도 함께 부른 이 노래는 지난해 싱글로 발표돼 미국 전역에서 화제였다. 노래 자체의 반응도 좋아 빌보드차트 싱글 3위까지 올랐다.

▦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제목은 ‘전미자살예방전화’ 번호다.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울한 채로/ 시간이 흘러/ 제정신이 아닌 듯해/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살고 싶지 않아/ 그냥 오늘 죽고 싶어/…누가 구해주지 않을까 오래도록 기도했지만 의인은 없었어/ 내 인생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아/ 난 알아 내 마음속 상처 받은 마음 보여줄 수 없는 그 마음/ 나만의 장소는 없어/ 집도 없어/ 아무도 전화해주지 않아/…생명은 소중하다고 말들 하지만 아무도 내겐 관심 없어”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절절한 마음을 담은 이 힙합의 가사는 이어 “죽으면 안돼”로 이어지며 자살을 적극 만류한다.

▦ 지난해 4월 곡 발표일에 전미자살예방전화로 걸려 온 상담전화 건수가 일일 기준 역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직은 가난과 학대로 얼룩진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래서 가수가 된 뒤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등의 사회문제를 노래에 담아냈다.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를 구하려고 노래를 만든 적이 없는데도 팬들이 ‘당신의 노래가 내 인생을 바꿨어요’라고 했다. 그래서 진짜 생명을 구할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게 ‘1-800-273-8255’다.

▦ 정부가 최근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자살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자살 예방 기관ㆍ인력을 확충해 인구 10만명당 25.6명인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만으로 자살률이 금세 낮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적 이유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은 일본처럼 우선 경기가 살아나야 줄어든다. 대중적 파급력이 있는 연예인 등이 이 대열에 동참하면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로직의 노래를 제목만 ‘1577-0199’(정신건강상담센터)로 바꿔 누군가 우리말로 옮겨 부르는 것도 도움될 것 같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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