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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김정은이 살해 위협" 김정남, 2010년 김정일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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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김정은이 살해 위협" 김정남, 2010년 김정일에 편지

입력
2017.02.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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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남 김정남이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남 김정남이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이복동생 김정은이 자신을 위협한다며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구한 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북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마카오에 거주하는 김정남이 2010년 6월 29일 팩스로 평양에 있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편지에서 “얼마 전 저와 저희 가족과 연관 있는 사람이면 모조리 ‘살생부’에 올려 국가안전보위부 것들이 잡아갔다”면서 “국가안전보위부 것들의 후계자에 대한 과잉 충성 때문인지, 후계자의 지시인지 모르나, 인터넷 상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고 적었다.

김정남이 편지를 보낸 시점은 ‘우암각 습격 사건’ 이후 1년여 이상 지난 시기며 김정은이 2010년 9월 28일 제3차 노동자 대표회에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기 직전이다. 우암각 습격사건은 2008년 8월 평양 중심가인 중구역에 있는 호화별장인 우암각에서 김정남 측근들이 파티를 하던 중 김정은의 지시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들이닥쳐 체포한 사건이다. 이는 김정은이 후계 승계 과정에서 김정남을 잠재적 위협 인물로 인식하고 김정남 및 그 측근 제거를 위해 살생부를 만들며 지속적으로 위협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정남은 편지에서 자신은 권력 의지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는 빠빠(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을 뿐 혁명 위업을 계승할 후계자 반열에 서 본 적이 없다”며 “자질 부족과 자유분방하고 방종스런 생활습관으로 심려 끼쳐드리고 엄청난 사고도 많이 저질렀다”고 적었다. 이어 “해외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살고 싶어도 제 신분 때문에 서방 언론의 표적이 되지만 빠빠의 아들 입장에서 당황함 없이 처신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해외에서 가족들과 살아가는 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숙연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카오에서 보낸 이 편지가 평양의 김정일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보고 체계상 권력 핵심부에서 떨어져 있는 김정남의 편지를 김정일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편지의 작정자인 김정남조차도 “빠빠의 건강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며 “이 편지를 직접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신 보시는 분께서라도 저의 심정을 헤아려 주시길 믿는다”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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