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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죄…말레이·브루나이 렌터카 명심보감

입력
2018.01.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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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투어도 아닌데...말레이와 브루나이 사이

에서 이어집니다.

렌터카는 애당초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여행하기 위한 교통수단이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이하 코타)와 브루나이에선 다르다. 여러모로 ‘불편’과 ‘부자유’란 방어기제가 버티고 있다. 자가용 열쇠를 호기롭게 거머쥐려는 이들을 위한 울분과 희열의 안내서.

시내 외곽 도로 상태는 주행 경보!

1차선에 가까운 2차선 도로가 흔하다.
1차선에 가까운 2차선 도로가 흔하다.
지반이 균열되고 주저앉아 싸한 기분도 감돈다. 종말 영화에서 보곤 한 장면이다.
지반이 균열되고 주저앉아 싸한 기분도 감돈다. 종말 영화에서 보곤 한 장면이다.
잠시 한눈을 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픈유(Kuala Penyu). 이 풍경 보겠다고 진입했다가 진흙탕이 바퀴를 꽉 물었다.
잠시 한눈을 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픈유(Kuala Penyu). 이 풍경 보겠다고 진입했다가 진흙탕이 바퀴를 꽉 물었다.
말레이시아 가족의 지프로 견인의 은덕을 받았다. 전격 구조된 후 기념사진 찰칵.
말레이시아 가족의 지프로 견인의 은덕을 받았다. 전격 구조된 후 기념사진 찰칵.

시내 권역은 대체로 운전할 맛 난다. 운전도 능숙하고 매너가 좋기 때문에 사고가 날 확률도 적은 편. 다만 외곽으로 빠질 계획이 있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모험의 시작! 폭격 맞은 듯한 도로 사정 탓이다. 아스팔트에 물이 고인 웅덩이는 보통이고 구글맵은 곧잘 이성을 잃고 차가 갈 수 없는 자갈밭으로 안내한다. 한번은 멋진 풍경에 이끌려 바닷가 부근 도로로 차를 몰았는데 진흙탕에 빠져 SOS를 쳐야 할 상황에 빠졌다. 다행이라면 코타에서 브루나이로 가는 꼬불꼬불한 도로는 대체로 완만하다는 것이요, 불행이라면 호기심에 진입한 미지의 도로에선 ‘폐차시키지 말기’ 경쟁하듯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는 점. 때때로 ‘렌터카=자유’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코타키나발루, 위험천만한 밤의 드라이브

오히려 교통체증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게 코타키나발루의 밤 주행이다.
오히려 교통체증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게 코타키나발루의 밤 주행이다.

브루나이에서 코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이 이어졌다. 이대로 가다간 새벽에나 숙소에 닿아도 감사할 정도였다. 슬슬 체증이 풀리다 싶었으나 우릴 기다리는 건 깜깜한 도로. 시내에 가까워졌는데도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동차의 전조등을 깊이 신임하는지 도로에 이렇다 할 조명을 설치하지 않았다. 라이트를 켜지 않은 채 달리는 무법 오토바이와 상향등으로 눈을 멀게 하는 맞은편 및 후방 차량의 이기적인 태도도 문제였다. 비까지 내리는 악재가 겹치는 순간, 운전에 대단한 눈칫밥이 요구됐다. 낮에 움직이는 게 상책이다.

브루나이의 말레이시아 차 기름값 차별

“말레이시아 차에는 우리의 (금쪽같은) 기름을 넣을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 브루나이로 넘어와 ‘말레이시아 렌터카’의 주유 경고등이 켜지기 5분 전이었다. 브루나이의 유일한 주유소 체인인 셸(shell)에서다.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 200m 앞 주유소에도 문의했다. 마찬가지다. 동네 이름처럼 익숙한 ‘가동(Gadong)’으로 가란다. 그래, 갔다. 우리의 렌터카는 황송하게 전용 주유기로 모셔졌다. 일단 기록을 남겨야 한다. 차 번호판과 주유량, 여권번호까지 적었다. 왠지 신분이 털리는 듯 찜찜하다. 이곳은 말하자면 뻥튀기 주유소다. 같은 주유기, 다른 가격표다. 브루나이 차의 주유 가격은 리터당 0.53브루나이달러(B$, 약425원), 말레이시아 차의 주유 가격은 1.10B$(881원)다. 한국에 비하면 황송할 가격이지만 여행자는 현지 사정에 따라 움직이는 법, 2배 이상 차이가 나니 그냥 비싼 게 아니라 엄청 비싸다.

브루나이의 독점 주유소, 셸(shell).
브루나이의 독점 주유소, 셸(shell).
말레이시아 차만 모십니다. 특별히 비싼 가격으로. 가동 주유소 외에는 말레이시아 차는 기름을 살 수 없다.
말레이시아 차만 모십니다. 특별히 비싼 가격으로. 가동 주유소 외에는 말레이시아 차는 기름을 살 수 없다.
날조된 가격을 알기에, 브루나이에서 말레이시아 차 주인의 금기어. “가득이요.”
날조된 가격을 알기에, 브루나이에서 말레이시아 차 주인의 금기어. “가득이요.”
친절한 서비스마저 없었다면, 주유소를 습격하고 싶은 충동도 든다.
친절한 서비스마저 없었다면, 주유소를 습격하고 싶은 충동도 든다.

한 말레이시아인이 ‘추정’하는 설명을 들었다. 4~5년 전 말레이시아인들이 ‘신성한’ 브루나이에서 사기 등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잡히는 사례가 종종 있었단다. 고로 브루나이 자체에서 말레이시아인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아닐까? 여전히 의문 부호다. 브루나이 변방을 덧없이 돌다가 다시 차가 서야 할 위기에 봉착했다. 5B$(4,000원)만 충전한 후 국경을 넘자마자 말레이시아에서 당차게 말했다. “가득이요!” 가격은 리터당 2.3RM(615원)이었다.

톨게이트를 대체한 무료 출입국관리소

톨게이트 무늬 브루나이 출입국 관리소.
톨게이트 무늬 브루나이 출입국 관리소.

유럽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 흔히 간과하는 것이 바로 무도한 톨게이트 비용이다. 조금만 이동하면 나타나는 톨게이트에 지갑은 속절없이 다이어트 된다. 코타에서 브루나이까지 톨게이트 비용은 무료! 아니 톨게이트 자체가 없다. 8번의 스탬프 은혜를 입는 출입국관리소가 무료 톨게이트 시늉을 할 뿐이다. 덧붙여 흥미로운 사실은 브루나이의 고속도로를 달리면 휴대폰에 ‘no service’ 구간이 자주 나온다는 것. 이때 현지인들은 이럴 수도 있겠다. “어, 여기 고속도로여서 잘 안 들려!” 그 곁은 브루나이의 무성한 나무가 정글을 채우고 있다.

말레이시아, 어디선가 틀림없이 나타나는 주차 반장

코타에서 렌터카를 인수할 당시 업체에서 주차 티켓을 팔랑거렸다. 이 양반, 장사를 잘했다. 시내에서 무료 주차는 절대 없다고 협박, 강매하는 수준이다. 설마···, 어차피 쓰지 않은 티켓은 환불까지 된다고 하길래 속는 셈 치고 샀다. 10장 가격이 고맙게도 5.30말레이시아링깃(RM, 약1,400원)이다. 30분당 1장의 티켓을 소진하면 된다. 스크래치 복권처럼 날짜와 시간을 체크해 차 앞 유리에 보이게 두면 주차 미션은 끝이다.

렌터카의 대단한 불청객. 주차 요원은 오전 9시부터 불법 주차 단속 투어링을 한다.
렌터카의 대단한 불청객. 주차 요원은 오전 9시부터 불법 주차 단속 투어링을 한다.
30분용 파란색, 1시간용 주황색 주차 티켓 뭉치. 혹 벌금의 희생자가 되었다면 메인 오피스인 DBKK 홀딩스 본사로 가서 애걸복걸한다.
30분용 파란색, 1시간용 주황색 주차 티켓 뭉치. 혹 벌금의 희생자가 되었다면 메인 오피스인 DBKK 홀딩스 본사로 가서 애걸복걸한다.

우리가 묵은 호스텔은 무료 주차라고 말했고 그 앞에 당당히 차를 댔다. 다음날 아침, 와이퍼에 흩날리는 정체불명의 새하얀 티켓을 보았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숙소 스태프에게 물으니 벌금 딱지란다. 책임을 물으려는 호스텔 측은 지킬에서 하이드로 전격 변신했다. 도리어 주차 티켓을 놓지 않은 것을 나무라니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 벌금을 내러, 통사정이라도 해보려고 친히 움직였다. 구걸이 통했다. 주차 관리를 총괄하는 DBKK홀딩스에서는 1시간 30분 요금(400원)으로 30RM(8,000원)짜리 벌금을 취하해줬다. 10.60RM(2,800원)인 1시간짜리 주차 티켓 10장과 이미 소유하고 있는 30분짜리 주차 티켓 10장 뭉치를 (쓸데없이) 추가로 구매하는 조건이었다. 사유서도 썼다. 무지렁이 여행자란 게 주된 이유였다. 남은 티켓은 전격 할인해 숙소 매니저에게 되팔았다. 수완은 좋았으나 마음과 시간 낭비는 어쩔 수 없었다. 주말엔 주차 요원도 쉰다. 평일에 코타 시내에서 무료 주차는 꿈꾸지 않는 게 좋겠다.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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