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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포경선… 선단 구성해 밍크고래 마구잡다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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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포경선… 선단 구성해 밍크고래 마구잡다 덜미

입력
2018.04.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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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 조폭 낀 포경조직단 46명 적발

10명 구속ㆍ36명 불구속입건

90% 이상이 동종전과자들

어선 5척으로 2개 선단 구성해

작살로 8마리 잡아 선상서 해체한 뒤

부표에 달아 묶어두면 운반선이 수거

전문식당에 1마리 5000만에 공급

서해서도 3마리… 기후변화 탓인 듯

수입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불법포경조직이 동해상에서 작살로 잡은 밍크고래. 한국일보 자료사진
불법포경조직이 동해상에서 작살로 잡은 밍크고래.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폭이 낀 불법 포경조직이 선단을 구성해 동ㆍ서해상에서 밍크고래를 마구 잡아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선단을 구성해 서해상에서도 불법포경을 하다 적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경북경찰청은 선단을 구성해 동ㆍ서해상에서 밍크고래 8마리(시가 7억원)를 불법으로 잡아온 혐의(수산업법위반)로 밍크고래 전문 포경조직 46명을 적발해 선주 A(40)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고래해체기술자 B(60)씨 등 3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울산, 전남 여수 선적 연안 자망(그물 코에 물고기가 끼이도록 해 잡는 그물의 한 종류)어선 5척으로 2개의 선단을 구성한 뒤 동ㆍ서해상에서 밍크고래 8마리를 작살로 잡아 유통시킨 혐의다. 8마리 중 서해상에서 잡은 고래가 3마리나 차지했다. 포경조직은 선주와 선장 11명, 선원 34명, 해체기술자 2명, 해상 및 육상운반책 4명, 유통브로커 2명, 도매상 3명이다.

잡은 고래는 선상서 해체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잡은 고래를 육지에 가져오지 않고 배 위에서 곧바로 해체했다. 만약에 대비해 선상의 피는 깨끗이 씻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해체한 고래고기는 부대에 담아 부표에 매달고 해상에 은닉해 두면 별도의 운반선이 심야에 찾아와 조용한 포구에서 육상운반책에게 넘기는 수법을 사용했다. 유통브로커들은 이렇게 전달받은 밍크고래고기를 미리 연락해 둔 울산 부산지역 고래고기 전문 판매업체에 넘겼다.

단속을 피하려고 작살 등 포경장비와 해체도구도 바다 한가운데 부표에 매달아 은닉했다 필요할 때 사용했다. 출항할 때 검문을 받아도 평범한 어구만 싣고 있다 보니 단속을 피하기 쉽다. 또 선단을 구성함에 따라 같이 고래를 추적하다 먼저 발견한 포경선이 실제 고래잡이에 나서면 다른 어선은 일반 어선이나 해경 등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감시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으로 잡은 밍크고래는 크기가 평균 6m내외. 700~800㎏ 정도로 파악됐다. 1마리에 4,500만~5,500만원 가량 받고 전문식당에 넘겼다. 식당에선 일반 고객들에게 1마리에 총 8,000만~9,000만원 가격에 판매했다. 전문식당에서 판매하는 고래고기의 상당수는 불법 포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단 구성해 포획ㆍ감시ㆍ운반 역할분담

경찰은 이들의 불법포경 범위가 광역화하고 규모화한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불법포경은 종전까진 대개 포경선과 운반선 1척씩 조를 이뤄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조직은 동서해 어선 5척이나 가담했고, 서해서 잡은 고래도 3마리나 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그 만큼 달리고, 기후변화 등으로 밍크고래 이동경로가 서해로 확장된 것으로 해석된다.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현행법상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판매자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초범이면 거의 100% 불구속이고, 여러 차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나 길어야 1년~1년6개월 가량 징역을 살고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적발된 불법포경조직단원의 90% 이상이 동종전과가 있고, 그 중 1명은 20범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장찬익 광역수사대장은 “DNA등 물증과 자백으로 확인한 것만 8마리로, 선단의 규모나 기간 등으로 미뤄 그 몇 배의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법포획을 일삼는 어선이 전국적으로 15척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고래 보호를 위해 단속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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