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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빈 기자

등록 : 2018.02.23 21:00
수정 : 2018.02.24 00:18

[팩트 파인더] 천안함 폭침 ‘김영철 배후’ 단정할 근거 없지만 포괄적 책임

등록 : 2018.02.23 21:00
수정 : 2018.02.24 00:18

천안함 합동조사 보고서엔

“북한, 어뢰 공격에 침몰” 결론만

구체적 배후 조사는 거의 없어

군, 정찰총국 주도 지목했는데

김영철이 당시 정찰총국 수장

폭침 개입은 상식적 판단

연평도ㆍ목함지뢰 도발은

연평도 포격 김격식 주도 유력

목함지뢰는 김영철 배후 심증

2006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장성급회담 때의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모습. 오른쪽은 당시 한민구 남측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년 3월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이 8년 만에 다시 남북관계를 겨누고 있다.천안함 폭침 등 주요 대남 도발 사건 배후로 지목돼 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키로 하면서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건 배후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게 현 정부 입장이나 포괄적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영철 방남 논란’ 포인트를 체크해봤다.

▦ ‘천안함 보고서’에 김영철 언급 있나?

이명박 정부 당시였던 2010년 5월 발표한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정부 관계자들과 국내외 민간 학자들까지 참여한 조사 결과물이다. 천안함 사건 분석물 가운데 가장 공식적인 보고서인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는 결론만 있을 뿐 배후로 거론됐던 김영철 당시 인민군 정찰총국장 이름은 어디에도 언급돼 있지 않다. 통일부 역시 23일 김 부위원장 방남 관련 우려를 해명하기 위한 별도자료를 통해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일으켰으며 김 부위원장이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군합동조사단 조사 당시는 천안함 폭침 원인이 외부 공격이 아니라 내부 폭발이나 암초와의 충돌 때문일 것이라는 등 각종 논란이 거세게 일던 때였다. 때문에 조사 초점도 침몰의 물리적 원인 규명에 맞춰졌지, 구체적으로 어느 세력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과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 배후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남 공작기관 정찰총국장의 포괄적 책임은?

군 당국은 그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직접 주도 세력으로 사실상 정찰총국을 지목해왔다. 2009년 2월 인민군과 노동당에 흩어져있던 대남공작 기관들을 통폐합해 만든 게 정찰총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관 책임자는 김영철로 알려져 있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도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1월 국회에서 ‘천안함 피격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김격식과 김영철이 연평도 포격 사건 주범이 맞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소극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정찰총국이 천안함 폭침 사건의 배후라고 판단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근거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 당시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고위 관료는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의 수장인 김영철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게 일종의 상식적 판단이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증거 같은 게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영철의 연평도 포격ㆍ목함지뢰 도발 역할론은?

천안함 폭침 사건뿐 아니라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과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배후도 김 부위원장이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여기서도 정찰총국이 주도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굳이 작전 지휘 총괄 책임자를 찾자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관할하던 김격식 당시 북한군 4군단장이 꼽혔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피격은 배후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도록 계획된 일종의 기획물이라면 연평도 포격 도발은 북한군이 대놓고 남측을 향해 포격을 가한 명백한 군사 도발이라는 차이가 분명하다”며 “연평도 포격 도발은 정찰총국보단 정통 군부 작품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철보다는 김격식 주도 하에 도발이 이뤄졌을 것이란 의미다.

목함지뢰 도발 사건 배후로도 역시 김 부위원장이 거론돼 왔다. 특히 2012년 중장으로 계급이 강등됐던 김 부위원장이 목함지뢰 도발 사건 직후 대장 계급을 회복한 사실이 확인되며 이 같은 심증은 커졌으나 그가 이 도발을 기획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북 제재 명단 포함 이유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있었던 해인 2010년 8월 미국 재무부는 정찰총국 등 3개 기관과 김영철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통일부는 당시 미국이 “천안함 폭침과 김영철을 직접 연계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찰총국은 천안함을 타격했던 어뢰와 같은 종류의 어뢰를 거래한 기업으로 알려진 청송연합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미국도 천안함 사건 배후로 김 부위원장을 지목하고 있었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도 2016년 3월 개인 40명과 단체 30개에 대한 금융제재안을 발표하며 명단에 김영철을 적시했다. 특이한 점은 정부 제재안에 당시 직책인 통일전선부장이 아니라 전(前) 정찰총국장으로 돼 있었던 점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건 배후를 정찰총국장 시절 김영철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 2014년 남북군사회담 나선 까닭은

김 부위원장은 정찰총국장 겸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시절인 2014년 10월 남북 군사회담에 나서기도 했다. 4년 전 천안함 사건 배후로 지목돼 남측의 반발 여론이 큰 상황에서 회담 북측 단장으로 나선 것이다. 때문에 당시엔 그가 천안함이나 연평도 도발과 관련한 사과를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회담에서 북측은 천안함 사건 후 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인 5ㆍ24 조치 해제를 요구했고, 남측은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등 공방 끝에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일각에선 북한이 당시 김영철을 내세워 오히려 그가 천안함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는 메시지를 에둘러 나타내려 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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