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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레전드’라 하는데 그런 말 들으면 몸이 근질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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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레전드’라 하는데 그런 말 들으면 몸이 근질근질”

입력
2018.03.27 15:5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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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발표

“30년 전 연주가 열정이었다면

지금은 편안한 인사로 들릴 것”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제 이름 앞에 자꾸 ‘레전드(전설)’를 붙여주는데, 저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레전드 정도면 뭘 해도 쉽게 될 것 같은데 하나도 쉬워진 게 없거든요.”

바이올린을 손에 쥔 지 64년째다. ‘바이올린 여제’는 여전히 “정성과 기력을 다 들여 힘들게” 음악을 한다고 했다. 올해 고희를 맞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33번째 앨범 ‘아름다운 저녁’으로 돌아왔다.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33번째 앨범 녹음이라고 하면 좀 익숙한 데가 있을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끝마치고 난 제 소감은 ‘힘들어서 죽어도 다시 못하겠다’는 거였다”며 웃었다.

농담을 건네는 그에게서 연륜을 지닌 연주자의 여유는 감춰지지 않았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음도 빠지고 활에서 지저분한 소리가 날 때도 있어요. 어릴 때는 머리를 잡아뜯었겠지만 그럴 시기는 지났죠. 예전엔 정말 말도 못하게 날카로운 성격이었는데, 여러 인생 경험을 하고 나니 성격도 변하나 봐요.”

신동으로 불리며 1967년 당시 최고 권위의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동양인 연주자를 찾아보기 어렵던 유럽 무대에서 스타로 떠올랐던 정경화다. 그는 인생의 가장 큰 사건으로 2005년 손가락 부상을 꼽았다. 그는 이 부상으로 5년간 바이올린 연주를 중단하고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경화는 “다시 돌아와서 음반을 낼 수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평생 숙원이었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녹음한 데 이어 2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등장한 케이크를 보며 웃고 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2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등장한 케이크를 보며 웃고 있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아름다운 저녁’에는 프랑스 작곡가 포레와 프랑크, 드뷔시의 작품들을 담았다. 포레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이들을 대표하는 소품들을 코스 요리처럼 엮었다. 특히 포레의 소품인 ‘자장가’는 “손주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녹음한 것이다. 정경화의 녹음으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해진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32년 만에 새로 녹음해 한국판 앨범에 보너스 트랙으로 넣었다. 정경화는 “30년 전 연주는 정열과 열정의 연주였다면 지금은 편안한 인사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7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이번 앨범에서도 함께 했다. 정경화는 케너를 ‘반주자’가 아닌 ‘듀오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신뢰와 애정을 나타냈다. 정경화는 30일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 이어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케너와 함께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로 관객을 만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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