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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물리 법칙에 비춰보는 인생

입력
2017.10.30 14:5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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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그리 싫어했던 물리(物理)였건만 언제부턴가 교양물리학책을 뒤적이는 나를 발견한다. 물질의 이치를 다루는 학문이 물리학인데 사람도 따지고 보면 물질로 이루어졌으니 물리 법칙이 인생살이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뉴튼의 제2운동 법칙은 힘과 가속도, 질량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데 공식 ‘F=ma’로 요약된다. 여기서 F는 힘, m은 질량, a는 가속도(운동량의 변화). 물체에 더 큰 알짜 힘(F)이 가해질수록 운동량의 변화(a)는 커지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운동량의 변화(a)가 없을 경우(=0), 알짜 힘(F)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지구 질량은 약 59조 8천억 톤. 시간당 1,660km로 자전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 자전을, 더 정확히 말하면 ‘자전으로 발생하는 힘(F)’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자전은 가속도가 없는 등속(等速) 운동이기에, F=ma 방정식에 따르면 a가 0이므로 m이 59조 8천억 톤이 되더라도 F가 0이 되기 때문이다.

뉴튼의 제2운동 법칙을 비유 삼아 우리네 삶에 적용시켜 보자.

F = ma, F = 개인의 알짜역량, m = 개인이 가진 유무형 자산(경험치 등), a = 개인이 지닌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 당신이 신입사원 혹은 실무자라면 아직 개인적으로 비축한 자산이 적을 것이므로 경험치를 쌓고 공부를 해서 m을 쌓아나가야 한다. 내 역량 확대를 위해 m은 가장 기초요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중간관리자 이상 또는 리더급이라면 경험을 통해 상당한 m을 축적하고 있으리라. 대신에 새로운 변화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 즉 a에 대한 욕구는 낮을 수 있다. 변화에 대한 노력을 통해 가속도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a는 점점 0으로 수렴하게 되고, 개인의 알짜 역량(F) 역시 0으로 수렴한다. 내가 경험적인 자산(m)을 갖고 있다 해서 변화를 게을리 한다면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공식은 E= mc2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이다. 작은 질량 덩어리도 얼마든지 엄청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유명한 공식이다. 다만 작은 질량 덩어리가 엄청난 에너지로 전환되려면 한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c’, ‘빛의 속도’다. 원자력 발전이나 핵폭발의 경우 엄청난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핵분열’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다시 인생에 빗대 본다면, 내가 정체되고 머물러 있지 않고 ‘빛의 속도’로 세상과 부딪칠 때, 그리고 그 속에서 깨지면서 뭔가를 터득해 갈 때 나(m)는 미약한 질량 덩어리에서 엄청난 에너지(E)로 전환된다는 비유를 얻어낼 수 있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부딪히는 행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의 중요 원리 중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있는데, 한 입자를 특정 짓는 두 가지 성질(위치와 속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입자의 속도(운동량)을 측정하려 하면 위치가 뿌옇게 사라지고 만다. 반대로 위치를 측정하려 하면 운동량의 범위가 넓게 번진다. 고전역학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를 이루는 기본적 입자 세계에서는 근본적으로 두 상태의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명예를 좇든 돈을 좇든 하나만 좇을 것이지 둘 다 가지려면 낭패 본다는 옛말이 있다. 잘만 하면 둘 다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인생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인생에서 중요한 두 가치를 한 손에 다 거머쥐려 아등바등하는 것은 불확정성 원리를 거스르는 일. 세상 만물 이치가 그러할진대 범인(凡人)의 깜냥으로는 둘 중 하나에라도 발을 걸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살아야 할 터이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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