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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공주는 이제 왕자가 필요 없다

입력
2016.12.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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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개봉 예정인 영화 ‘모아나’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흥행 공식 같았던 ‘사랑 이야기’가 빠져있습니다. ‘모아나’는 아름답고 여성적인 여자 주인공과 그를 구원하는 능력 있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디즈니의 일대 변화를 예고합니다. 공존과 화합을 지향하는 영화를 제작하려는 디즈니의 노력을 짚어봤습니다.

글ㆍ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김경진 기자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작은 공화국>https://www.facebook.com/movielikekorea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인어공주…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수많은 소녀들의 어린 시절을 가득 채웠습니다.

디즈니의 공주들은 대부분 큰 눈에 잘록한 허리를 가진 백인 여성이었습니다.

눈부신 ‘아름다움’은 필수 조건이고, 여기에 지고지순하고 가녀린 성품이 더해집니다.

때 묻지 않은 순진함을 지닌 공주들에게는 위기도 쉽게 닥치곤 합니다.

공주가 메우지 못한 빈 자리는 늘 능력 있는 왕자의 몫이었습니다.

공주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왕자가 꼭 필요했죠.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진은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즈니 공주 캐릭터가 여자 아이들의 외모 자신감과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지나친 여성성을 고수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수동적이고 연약한 공주들의 모습이,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시도나 경험을 기피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디즈니 영화들은 조금 다릅니다.

유색 인종 공주들을 내세우는가 하면, 백마 탄 왕자 없이도 ‘혼자 잘 해내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내세우고 있죠.

‘겨울왕국’(2013)의 엘사와 안나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습니다.

처음엔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자신을 억압해왔지만, 이내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을 받아들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거듭나게 되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짓는 엘사와 안나의 당당한 모습에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 자매간의 우정을 더 깊게 다뤘다는 점도 돋보입니다.

영화는 이 강력한 여성적 연대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주토피아 中)

‘주토피아’(2016)의 주인공 토끼 주디도 경찰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평등을 추구하는 동물 사회의 모습은 인종차별과 성 소수자 배척 등 인류의 해묵은 문제들을 꼬집습니다.

이 때문에 약자가 던지는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죠.

최근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열풍을 몰고 온 ‘모아나’(국내는 내년 1월 개봉) 역시 새로운 여성상을 선보입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부진 체격의 남태평양 소녀 모아나는 자신의 섬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에 나섭니다.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모아나는 남자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도 훌륭한 항해를 해내죠.

“‘모아나’는 사랑보다 자신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존 머스커 감독)

‘모아나’는 디즈니 최초로 러브 스토리가 빠진 영화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페미니즘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라고 평가 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주입시킨다고 비판 받던 과거와 달리,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죠.

길고 긴 시간을 거쳐 더 이상 왕자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디즈니의 공주들.

이제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서 이들이 가진 매력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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