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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강변 산책로, 단풍잎돼지풀이 뒤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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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강변 산책로, 단풍잎돼지풀이 뒤덮다

입력
2014.09.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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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강원·세종시에 집중 분포, 토종식물 등 고사시키는 주범

풀 하나 당 수만개의 포자 날려 비염 유발해 시민들 건강 위험

"예산 부족해 제거 작업에 어려움 정부가 나서서 대책 강구해야"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들이 23일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경기 가평군 대성리 산책로를 둘러보고 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제공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들이 23일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경기 가평군 대성리 산책로를 둘러보고 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제공

23일 오후 경기 가평 대성리의 한강변 산책로. 산책로를 따라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로 꼽히는 단풍잎돼지풀이 약 3m 높이로 늘어서 있었다. 큰 키의 단풍잎돼지풀이 워낙 빽빽하게 자라있는 탓에 한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강변에 토종식물이라고는 우뚝 선 왕버들 한 그루만 눈에 띄었다. 산책로를 걷던 기자는 거의 1분에 1회씩 재채기를 해야 했다.

단풍잎돼지풀이 무차별 번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사이 이 외래식물은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 풀은 인체에 해로운 유해식물이기도 하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세종시 월하리 금강변 단풍잎돼지풀의 번식 면적은 2010년 1만㎡에서 2년 만에 6만㎡로 6배 폭증했다. 단풍잎돼지풀은 경기, 강원 일대와 세종시 부근에 집중 분포하며 주로 하천과 도로, 농경지 주변에 번성해 토종식물과 농작물을 고사시킨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하루 30㎝ 가까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풀은 북미에서 들여온 사료용 건초에 씨가 묻어 국내 유입됐다. 정확한 유입 시기는 알려진 바 없다. 씨앗은 썩지도 않아 건초에 섞인 씨가 가축 분뇨에 섞여 나온 뒤 하천이나 논에 퇴비로 뿌려지면서 급격하게 번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하천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건강에 유해한 단풍잎돼지풀의 군락지라는 것이다. 대성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단풍잎돼지풀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송해룡 국립생태원 위해생물연구팀장은 “9월이면 풀 하나 당 수만 개에 달하는 포자가 쏟아져 나온다”면서 “이 포자는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고, 정상인에게 비염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단풍잎돼지풀 군락지를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번식력이 워낙 좋아 제거하려면 많은 인원을 동시에 투입해야 하지만 예산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특히 토종식물을 보존하려면 사람이 일일이 단풍잎돼지풀을 뿌리째 뽑아야 하지만 인건비를 댈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문제를 예상치 못하고 무작정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조성에만 열을 올린 국토부가 원망스럽다”며 “수변 산책로 관리책임을 온전히 지자체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의 류새한 식물학 박사는 “인건비 부족으로 다수의 지자체가 예초기를 사용하거나 트랙터로 땅을 갈아엎고 있지만 보여주기에 급급한 매우 근시안적인 방법”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생태계와 시민 건강 모두를 지킬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생장초기 단계의 단풍잎돼지풀
생장초기 단계의 단풍잎돼지풀
높이 3m짜리 단풍잎돼지풀 모습
높이 3m짜리 단풍잎돼지풀 모습
단풍잎돼지풀의 수꽃
단풍잎돼지풀의 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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