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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소개팅

입력
2016.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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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같이 왔던 언니분 있잖아요.” H 언니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부동산 아줌마는 신이 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진짜 괜찮은 총각이 있거든요.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언니 나이가 어떻게 돼요?” 나는 잠깐 언니 나이를 셈해본다. “마흔여섯이요.” 부동산 아줌마는 잠깐 말이 없었다. “왜요?” 도리어 내가 마음이 달아 아줌마를 재촉했다. “뭐하는 남잔데요?” 아줌마가 몹시 난감한 목소리를 냈다. “아유… 내가 좀 착각을 했네. 언니가 어려 보이나 보다. 남자는 마흔도 안됐는데.” 김이 샜다. H 언니는 으하하하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삼십대로 보였다는 거 아냐? 이거 기분 좋아야 하는 거잖아.” 혼자 사는 H 언니는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물론 해가 지날수록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언니네 회사 직원이었다. “부장님. 진짜 괜찮은 남자라니까요.” 언니가 물었다. “뭐 하는 사람인데?” “홍성군 금마면에 살아요.” “그래서? 뭐 하는 사람인데?”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뭐 하는 남자냐고?” 직원이 또박또박 대답하더란다. “좋은 사람이라니까요.” H 언니는 내게 소개팅 일정을 일러주었다. “그래서 소개팅하기로 했다. 홍성군 금마면에 사는 좋은 남자란다.” 소개팅이 잘 되면 언니는 홍성에 가서 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응원을 하기로 한다. 멀리 사는 건 싫지만 그래도 홍성군 금마면에 산다는 그 남자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언니는 꼭 십 년 만에 연애 비슷한 것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소개팅 전에 미용실에라도 들러야 할 텐데. 또 아디다스 추리닝을 입고 나가는 것 아닌가 몰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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