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7.02 16:00
수정 : 2017.07.02 18:17

“동물원 동물들, 현대인과 공통점은 ‘고립’”

등록 : 2017.07.02 16:00
수정 : 2017.07.02 18:17

퍼포먼스 작가 박승원씨

침팬지·사자 행동 따라하며

소통·교감 시도 영상에 담아

‘미술관 동물원’展에 출품

박승원 작가가 이달 초 서울 청담도 갤러리 구에서 개최한 '코리안 그루브: 유연한 몸부림' 개인전 속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박승원 작가 제공

사람들은 동물을 보고, 때로는 동물과 소통 하기 위해 동물원을 찾는다. 하지만 동물원 속 동물들에게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이 동물원 속 동물들을 바라보는 대상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동물의 응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작품에 담아낸 이가 있다. 퍼포먼스 작가로 알려진 박승원(37)씨다.

박씨가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관악로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술관 동물원’전에 출품한 두 편의 영상은 독일에서 7년간 거주하면서 베를린 동물원과 함부르크 동물원을 찾아 각각 침팬지, 사자와 소통하려는 시도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박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물과 언어가 아닌 몸짓과 움직임으로 소통하는 게 가능한 지 알아보고 싶었다”며 “하지만 동물원 속 동물들은 고립되어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물이 반응 보이지 않는 건

스트레스에 따른 행동의 일종”

박승원 작가가 동물원 침팬지와의 교감을 영상으로 담은 '시아람-1장' 속 장면. 서울대학교 미술관 제공

2008년 제작한 ‘시아람-1장’은 함부르크 동물원에 있는 동갑내기 침팬지 암컷 ‘릴리’와 교감을 시도한 내용이다. 영상 속 작가는 밤거리를 엉거주춤한 자세로 뛰어다니고, 침팬지들과 유리 벽을 사이에 둔 채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좌우, 위아래로 흔든다. 이 퍼포먼스를 위해 박씨는 수개월간 침팬지의 움직임을 연습하고 일주일간 같은 시간에 침팬지를 찾아갔다. 4일째가 되자 침팬지가 그를 알아보고 서로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물원에 갔다 어느 순간 침팬지와 눈이 마주쳤는데 독일에서 이방인인 나와 비슷한 처지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여러 침팬지 중에 유독 릴리만이 반응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릴리가 반응을 한 건 확실했지만 이를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침팬지 작업 이후 3년이 지난 2011년 베를린 동물원의 사자사를 찾았다. 사자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서 말걸기를 시도한 영상은 '멋지게 울부짖는 사자여!'라는 작품으로 제작했다. 펄쩍 뛰기도 하고, 사자 분장을 하기도 하고, 길게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자는 묵묵부답이었고 고개 한번 돌리지 않았다. 그는 “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동물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정형행동의 일종임을 알게 됐다”며 “동물원이 사람들에게 대자연의 힘을 느끼고 치유해주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동물들은 고독한 생명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멋지게 울부짖는 사자여!' 작품 속 작가는 동몰원 속 사자에게 말을 걸지만 사자는 단 한번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제공

동물원을 반복적으로 찾아 침팬지를 흉내 내고, 사자에게 소리를 지르는 관람객을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낮 시간에 주로 작업을 했고, 동물원 직원들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며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박씨는 “동물원 속 동물들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회와 단절된 현대인과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주제를 작품에 담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대한민국종합 9위 3 0 2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