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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팀 ‘펄펄’ 대표팀 ‘침묵’…손흥민, 이번에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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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팀 ‘펄펄’ 대표팀 ‘침묵’…손흥민, 이번에는 다를까

입력
2017.11.07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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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콜롬비아전 위해 귀국

유럽무대 3시즌 만에 20골

7시즌 19골의 박지성 넘어

늘 따라붙는 국가대표 부진

“내게 달린 물음표 이번에는 떼내야”

토트넘 손흥민이 5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이 5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9월 6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때 손흥민(25ㆍ토트넘)은 종료 직전 완벽한 기회를 놓쳤다. 1년 전 리우올림픽 8강전이 퍼뜩 떠올랐다. 당시 한국은 온두라스를 세차게 몰아쳤고 손흥민이 천금의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빗나갔다. 결국 역습에서 한 방 먹은 한국은 0-1로 패해 탈락했다. 다행스럽게 우즈벡전은 0-0으로 끝나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답답한 골 결정력에 팬들은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는다. 한국인 유럽 프로 리그 역사도 연일 새로 쓰고 있다. 그는 5일(한국시간) 크리스탈 팰리스와 정규리그 11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18분 감각적인 왼발 감아 차기 슈팅으로 결승골을 꽂아 1-0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골키퍼가 꼼짝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코스였다. 이번 시즌 3호 골이자 정규리그 2호 골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첫해인 2015~16시즌 정규리그 4골, 지난 시즌 14골에 이어 올 시즌 2골로 정규리그 통산 20골을 채웠다. 지금은 은퇴한 박지성(36)이 맨체스터 유니이티드(맨유)에서 7시즌 동안 뛰며 세운 19골 기록을 손흥민은 3시즌 만에 갈아치웠다. 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 득점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역대 아시아 공격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작성한 각종 득점 기록은 모조리 손흥민 발에서 다시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오른쪽) 9월 6일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찬스를 놓친 뒤 머리를 감싸 쥐는 모습. 연합뉴스
손흥민(오른쪽) 9월 6일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찬스를 놓친 뒤 머리를 감싸 쥐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손흥민은 소속 팀에서는 ‘펄펄’ 날다가도 국가 대표팀에만 오면 ‘침묵’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지난 해 10월 이후 A매치 득점이 없다가 지난 달 10일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1년 만에 골 맛을 봤다.

손흥민과 자주 비교되는 박지성은 달랐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A매치 100경기에서 13골로 손흥민(현재 59경기 18골)보다 득점력은 뒤졌다. 하지만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골이 많았다. 2009년 2월 ‘원정 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이란과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도 그 중 하나다. 한국은 0-1로 뒤지다가 종료 9분 전 박지성의 헤딩 골로 1-1로 비겼다. 언론은 앞 다퉈 극찬했지만 아들의 경기를 20년 넘게 봐온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 의견은 달랐다. 그는 “내가 본 아들의 A매치 중 몸이 가장 무거웠다. 골을 넣어 (경기를)못한 게 묻혔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바꿔 말하면 박지성은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지성과 손흥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박지성(오른쪽)이 2009년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포효하는 모습. 박지성은 이에 앞서 같은 해 2월 이란 원정에서도 동점골을 기록하는 등 늘 대표팀 위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지성(오른쪽)이 2009년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포효하는 모습. 박지성은 이에 앞서 같은 해 2월 이란 원정에서도 동점골을 기록하는 등 늘 대표팀 위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국가대표팀에는 토트넘 처럼 재능 넘치는 선수가 없어서 손흥민이 실력 발휘를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소속 팀과 대표팀 선수 구성이 다른 건 브라질이나 스페인 같은 톱 클래스 팀 아니면 어디나 마찬가지다. 또한 박지성 앞에서는 이런 변명이 안 통한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뛰던 시절 그곳에는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선수만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맨유와 같은 호화 멤버가 아니라서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부진하다‘는 말이 나온 적은 없다. 손흥민 역시 크리스털 팰리스전 직후 구단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여전히 내 우상이고 레전드다. 그는 모든 것을 가진 선수다. 난 그저 뒤를 따라가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결국 열쇠는 손흥민이 쥐고 있다. 소속 팀과 대표팀 경기력 차이는 스스로 극복할 부분이다. 국가대표에서 더 다부진 마음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10일 콜롬비아(수원), 14일 세르비아(울산)와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6일 귀국해 곧바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그는 “대표 소집될 때마다 무거운 마음이다. (대표팀에서 골을 못 넣어) 물론 아쉽다. 많이 분석하고 공부하겠다”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대표팀에서 결과를 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제는 내게 달린 물음표를 떼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소집 훈련에 앞서 각오를 밝히는 손흥민. 수원=연합뉴스
대표팀 소집 훈련에 앞서 각오를 밝히는 손흥민. 수원=연합뉴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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