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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팔라우, 일본 미국 한국

입력
2015.04.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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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2012년 11월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일본 남양청(南洋廳)자료를 분석한 결과, 팔라우에 조선인 노무자 334명이 끌려갔다. 이들 중 151명이 귀국하지 못했다. 28명은 수송선 침몰 등으로 도착하기도 전에, 123명은 현지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했다. 임금은 전혀 없었다.” 위원회는 “사이판과 오키나와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일본에 관련 기록 제공을 촉구했다.

▦필리핀 남동쪽 적도 인근 군도(群島) 팔라우공화국. 남서태평양 대부분의 섬들이 그러하듯 팔라우 역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5세기 아메리카대륙보다 먼저 스페인 탐험대의 수중에 들어갔다가 독일을 거쳐 1차대전 와중에 일본의 손에 들어갔다. 강대국끼리 불과 몇 백만 달러에 팔고 산 결과였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1994년 독립국이 됐다.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바다 속 산호초 사이에는 지금도 일본 가미카제 전투기의 잔해들이 숱하게 남아있다.

▦태평양과 필리핀의 병목에 위치한 팔라우는 당시 미일 사이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다. 1944년 전투에서 미군 2,000여명과 일본군 1만여명이 사망했다. 일본이 옥쇄를 의미하는 “사쿠라 사쿠라”라는 전문을 본토로 송신한 곳이며, 미군이 흘린 피가 붉게 물들어 ‘오렌지 해안’이란 이름을 남겨놓은 곳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전후 70주년을 맞아 어제 오늘 이틀간 팔라우를 방문 중이다. 미국과 일본 희생자위령비를 돌아보며 평화의 염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태평양전쟁 최대 격전지라면 당시 조선인의 피해와 아픔 역시 극심했던 곳이다. 팔라우에는 이미 1936년부터 조선인 위안부가 동원됐다는 보고서도 있다. 또 그곳에는 지금까지 ‘아이고 브리지’라고 불리는 다리가 있다. 당시 조선인 노무자들이 내는 신음소리를 듣고 현지 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거의 해외로 나가지 않는 일왕이지만 전후 60주년이던 2005년 비슷한 목적으로 사이판을 방문했었다. 일본은 동시다발적 행동을 이어가는데, 우리는 관심조차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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