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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처 어떻게 활용되나

입력
2016.04.0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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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숨겨두고 신고 안 하면 ‘위법행위’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소득ㆍ법인세 탈루 활용

비자금 은닉ㆍ회삿돈 횡령ㆍ불법증여에 이용

4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1차 공개 발표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4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1차 공개 발표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조세회피처는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지만,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국세청 고시로 조세회피처에 해당하는 국가를 열거했으나, 2009년부터는 별도 지정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국제조세조정법상 법인이 부담해야 할 세액이 실제발생소득(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을 조세회피처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경근 세무사에 따르면 일반적 개념상 조세회피처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소득ㆍ법인ㆍ양도ㆍ상속세 등이 전혀 없는 무세국이 있는데, 바하마 버뮤다 케이먼군도 등이 해당한다. 두번째로 소득 또는 자본에 대한 세율이 낮은 저세율국이 있고, 세번째로 홍콩과 같이 해외 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지 않는 국외소득 면세국 유형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주회사 등 특정형태 회사에 특혜를 주는 국가가 있는데,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이 그 예이다.

믈론 조세회피처 요건에 해당되는 나라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세웠거나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게 바로 죄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굳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은 통상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조세회피처 거래는 소득이나 재산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거나, 소득ㆍ재산에 따르는 각종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탈루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해외 재산이나 소득을 자국에 알리지 않는 것 자체부터 위법일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국제조세조정법은 해외금융계좌(잔액 10억원 초과)에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국내 거주자나 국내 법인은 국제거래에서 발생한 소득 및 신고의무가 있는 재산을 국세청에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런 재산ㆍ소득은 보통 ‘역외 탈세’로 이어지기 쉽다. 소득세ㆍ법인세ㆍ양도세ㆍ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조세회피처 국가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재벌 등이 연루된 각종 세금탈루 사건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조세회피처가 등장한다. 한 재벌 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다음, 페이퍼컴퍼니로 송금했다가 검찰에 적발됐고, 한 재벌가 3세는 부친으로부터 불법 증여받은 비자금을 페이퍼컴퍼니에 넣어 두고 이를 해외 부동산 구매 등에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쌓아둔 돈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국내회사 등에 투자해 배당 소득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한 명품 수입업체사 대표는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를 실제 거래가 있는 회사로 꾸민 다음, 이 회사에 용역을 준 것처럼 돈을 빼돌렸다가 다시 국내로 들여온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기소됐다. 이 밖에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을 불법적으로 옮겨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라면 세금 탈루 외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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