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달 아파트 거래 29% 줄어
대구 매매가 5주 연속 하락세
회사원 손모(38)씨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원래는 은행에서 1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 지금 살고 있는 서울 광진구 일대에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하는 분할상환으로 빌리면 매달 100만원 가량 내야 하기 때문에, 30만원의 이자만 부담하는 거치식으로 대출을 받으려 했다. 3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아내가 복직한 이후에나 원금을 갚을 수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손씨는 “대출 규제를 생각하면 당장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 하지만, 추후 오를 금리도 걱정되고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어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시행을 불과 1주일 가량 앞둔 24일. 대출 규제일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부동산 매매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2월1일 수도권에서부터 시작되는 대출 규제의 골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원금을 갚지 않고 매달 이자만 납부하는 기간) 없이 대출과 동시에(1년 이내) 원금과 이자를 함께 분할 상환하도록 한 것이다. 아직은 기존 대출의 막차를 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시행 후 매매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수요자들조차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미 각종 지표들은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78주 연속 상승 행진을 접고 지난달 말 보합을 기록한 이후 지난주까지 벌써 4주째 보합세다. 지난달 14일 정부가 대출규제를 발표한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데다 계절적 비수기까지 맞물린 결과다.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번 주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출규제에 들어가는 서울지역은 거래 자체가 확연히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서울에서 총 4,14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하루 평균 188.3건이 성사된 셈인데, 전달보다 29% 줄어든 것은 물론,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도 17.2% 감소했다. 특히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서울 강남권 지역은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사정이 예사롭지 않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범주씨는 “반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최근 1,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는데도 문의전화조차 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는 대출 규제가 5월부터 적용되지만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3년 연속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지방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던 대구의 경우 위기감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대구시의 아파트값은 벌써 5주 연속 하락새를 보이며 한달 새 가격 하락폭이 0.24%에 달한다. 경북과 충북 지역은 가격 하락이 벌써 11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당분간 매매시장의 가파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일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거치식으로 1억원을 연 3.1%로 대출받았다고 하면 월 28만원만 이자로 냈던 것과 달리, 비거치식이면 원금 상환까지 총 94만원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이 커진다”며 “지난해 부동산 호황으로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상태인데다, 주택 공급과잉 우려에 경기둔화, 금리인상 등을 감안한다면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수요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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