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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현송월 효과’… 과잉 의전은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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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 ‘현송월 효과’… 과잉 의전은 오점

입력
2018.01.2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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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단장 등 서울 국립극장 점검

1박2일 일정 마무리 CIQ 통해 귀환

파견 일정 일방 연기 등 무례에도

정부 극진한 환대… 시민들도 호응

지나친 저자세ㆍ퍼주기 등 논란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서울역에 도착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3년 3개월 만에 내려온 ‘북한 실세’를 우리 정부는 극진히 환대했다. 방남 성사 과정에서 북한이 보인 무례를 감내하고서다. 남측 이목도 사전점검단을 이끈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렸다. 일단은 ‘평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고조됐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른바 ‘현송월 효과’다. 다만 지난할 게 뻔한 협상이 이제 시작인 만큼 지나친 저자세나 과잉 의전은 협상 전략 측면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남측에 머문 이틀 동안 행여나 북측 손님이 불편할세라 당국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점검단 단장 격인 현 단장을 최대한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격리하느라 바빴다. “시설 점검에 충실하고 싶다”는 북측 의사를 남측 정부가 적극 수용한 결과였다.

북한 태도는 딴판이었다. 19일 오전 11시쯤 바로 다음날 점검단을 보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더니 당일 밤 늦게 안 보내겠다고 말을 바꿨다가 이튿날 오후 다시 파견하겠다고 알려왔다. 왜 하루를 미뤘는지 이유 설명도 없었다. 다만 관영 매체들을 통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는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 이상 북측 체면을 구기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했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와 언론 모두에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등 일부 극우 성향 인사들은 22일 오전 점검단 일행이 지나가는 서울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 한반도기, 인공기 화형식을 벌이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파장은 미미했다. 대신 이들의 방남을 대하는 시민들 반응 중에는 호기심과 더불어 “평화와 화해의 토대가 됐으면 한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 대표단이 왔을 때 있을 수 있는 여러 반응이 점검단 방남 때 미리 나타난 셈”이라며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자는 국민적 공감대도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우려도 상당하다. 북측의 전향으로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게 끌려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민족의 경사’ 운운하며 진정성을 강조하지만 실무접촉을 따로 떼내어 먼저 하자고 제안하는 등 예술단 공연을 특히 챙기는 모습을 볼 때 북한의 노림수가 따로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사적 관계 부각 등으로 관심이 집중될 게 뻔한데도 기어이 현 단장을 북한이 보낸 건 그만한 인물이 없어서일 거라는 추측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MBC 인터뷰에서 “가장 전문성을 가진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정치적 위상이 급등한 현 단장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맡았던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을 물려받았을 거라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자신들이 평화를 중시하고 고도의 예술적 기량을 갖춘 국가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선전하고 북측에 거부감이 있는 남측 20, 30대의 인식을 바꾸는 게 북한 평창 참가의 실제 목적”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대화 유도가 남북 대화의 본령인 만큼 향후 협상을 위해 주도권을 쉽게 넘겨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선전ㆍ선동 전술에 넘어가 ‘평양 올림픽’이니 ‘퍼주기’니 하는 소모적 논란으로 남남 갈등이 재연되지 않게 정부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고언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평양올림픽” 소모적 논란

“남남갈등 방지 더 노력을”

한편 이날 현 단장 등 7명의 사전점검단 일행은 1박 2일 간의 방남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전날 강릉에 이어 서울 내 주요 공연장들을 둘러보고 남측으로 내려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북측으로 귀환했다.

점검단이 전날 강릉아트센터를 2시간 30분 가까이 둘러본 데 이어 서울에선 국립극장 점검에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두 극장을 강릉과 서울 공연 장소로 각각 낙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강릉과 서울에서 각각 2곳과 3곳의 공연장을 둘러본 현 단장은 평양에서 방남 결과를 상부에 보고한 뒤 삼지연관현악단이 공연할 장소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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