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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경직된 노동시장, 학벌 중심 채용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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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경직된 노동시장, 학벌 중심 채용이 원인”

입력
2016.09.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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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원들 역량 향상 안돼

퇴사해도 이직ㆍ재취업 어려워

국가직무능력표준 도입 문제점

2017년 이전 분명히 개선해야

“대기업 직원들이 퇴사하면 자영업밖에 할 게 없어요.”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5일 간단한 사례로 운을 뗀 뒤 학벌 중심의 채용 과정이 결국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좋은 학벌을 토대로 대기업에 취직하면 더 이상 직원들의 역량이 향상되지 않는다”며 “삼성에서 일하다 퇴사하면 LG에 재취업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현재는 각 회사들이 타사 직원들의 출신 학교, 재직연수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있을 뿐 정작 직무능력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어 이들의 이직과 재취업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날 올해로 51번째를 맞은 전국기능경기대회 개막에 앞서 서울 영등포구 산업인력공단 남부지사에서 박 이사장을 만나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과 그가 강조하는 능력중심 사회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5일 한국일보와 만나 “능력중심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 채용과 승진, 임금이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5일 한국일보와 만나 “능력중심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 채용과 승진, 임금이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박 이사장은 능력중심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인에 대한 처우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졸 생산직을 홀대하는 문화가 대학진학률을 높였고, 사무직 지원자의 증가가 채용 과정에서 학벌 인플레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블루칼라(생산직)들의 기여가 컸음에도 정작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력과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전국기능대회와 직업능력의달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능력의달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일ㆍ학습병행제 우수사례 경진대회’ 역시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했다. 일ㆍ학습병행제는 독일의 도제교육을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한 것으로, 15세 이상 청년을 학습근로자로 선발해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제도다.

박 이사장은 “2013년 51개 기업, 171명의 학습근로자로 시작한 일ㆍ학습병행제가 올해 8월 기준 4,700여기업, 2만3,0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올해는 23개 기업과 7명의 학습근로자를 포상하고 상위 8개 기업과 학습근로자 2명에게 독일 연수기회도 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작스러운 능력중심 사회 기조가 오히려 노동시장의 혼란을 불러온다고 비판한다.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대표적인 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ㆍ기술ㆍ소양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각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스펙이 아닌 능력을 평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청년은 NCS의 직무기초능력평가 시험 역시 토익 점수를 따는 것처럼 또 다른 스펙 쌓기의 하나일 뿐이고, NCS모듈(일종의 교과서)이 인터넷 짜깁기 수준으로 만들어져 직무능력 교육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박 이사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는 “과도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로, 분명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향후 6개월에 한 번씩 모듈을 개선할 계획이고, 직무기초능력시험 역시 NCS가 장기간 운영되다 보면 굳이 따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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