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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의 북한판 바벨탑 쌓기의 명암

입력
2017.03.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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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최대 야심작인 여명거리 건설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연일 여명거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핵 보유를 고수하면서 어쩌면 역사상 전례가 없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기이한’ 현상은 사실 대단한 연구 가치를 갖고 있다.

북한 매체가 전하는 여명거리 건설현장의 야경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4,000여 세대, 44동의 초고층ㆍ고층ㆍ다층 주택과 탁아소, 유치원 등 40여 동의 공공건물, 70여 동의 주택과 공공건물에 켜진 호화찬란한 전등은 만성적인 전력난에 허덕이는 종래 북한의 이미지와는 크게 동떨어져 보인다. 제재로 인해 이전보다 통치자금이 줄어들었을 개연성은 커 보이지만, 적어도 여명거리 건설만 놓고 보면 제재효과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은 여명거리 건설을 통해 세계에 보란 듯이 막강한 자본력과 풍부한 물자를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여명거리를 핵무력과 함께 북한의 앞서가는 건설력과 독창적인 기술력을 상징하는 불후의 작품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경이로운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날로 증강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만 놀라워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은 이미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건설 업적을 보여주고 있고,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로 기계의 작동을 자동 조종하는 기술인 CNC를 통해 새로운 생산과 산업을 과학기술과 융합한 4차 산업혁명이 북한에서도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국방, 경제, 문화, 과학기술, 그리고 가전에 이르기까지 국가 전 분야에 CNC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여명거리의 70층짜리 고층건물을 건설할 때 직면할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전기문제를 거론했다. 승강기 작동을 비롯해 수돗물, 고가의 가전제품 사용 등 모든 것이 전기문제와 연관될 터인데, 북한의 고질적인 전력난을 고려하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는 전력 공급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여진다. 날림식 공사라 안전상 심각한 허점이 나중에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냉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판 바벨탑을 쌓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 바벨탑은 공포정치와 주민동원 및 착취에 의존해 나온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이 불편한 진실이 주는 파급효과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여명거리 건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시킨 강력한 지도자로 거듭날 것이다. 주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시키면서 일단 마음먹은 것은 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김정은은 한번 어떤 일에 꽂히면 그것을 끝장을 볼 때까지 밀어붙여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강한 추진력도 나름대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이 계속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필요 이상의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경제수준에 걸맞지 않을뿐더러 경제성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된 초고층 호화건물이 과연 북한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주민들에게는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쏟아 부어 지은 건물들이 수익성 확대에 기여하지 못하면 결국 누군가 피해를 보게 되고, 이는 국가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막대한 부채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채와 제재가 켜켜이 쌓여간다면 언젠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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