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특혜 주는 사면과 법원칙 따른 가석방 구분해야"
조심스럽던 입장 180도 선회… 여론 화살 朴 대통령 향할까 고심
정부 여당이 대기업 총수 등 경제인 가석방을 위한 바람몰이에 팔을 걷어 붙였다. 여론 반발을 우려해 경제인 선처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여 온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도 입장을 180도 선회해 "사면이 아닌 가석방은 논의할 수 있다" 며 가세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무부가 가석방을 추진할 길을 사실상 열어 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청와대 부담 덜어주려는 與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경제인 가석방ㆍ사면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을 땐 당내 반응이 차가웠으나, 이틀 만인 26일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 누구도 혜택도 불이익도 받아선 안 된다"면서 "정부가 가석방 협의를 요청하면 야당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땅콩 회항'에 따른 반(反)재벌 정서가 팽배한 만큼 가석방이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에 대해 "특혜를 주는 사면과 법 원칙에 따르는 가석방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사면은 가급적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회에 해악을 끼치거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가석방해 내보내라는 것이 법의 이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24일엔 가석방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제인 가석방으로 경제활성화가 될지에 확신이 안 선다"고 말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었다. 두 사람이 그간 대부분 현안에 대해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 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입장 선회에 여권 상층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초 청와대 신년회 등을 계기로 김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경제인 가석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건의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당의 주문에 따른 가석방이 이뤄질 경우 청와대가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 긋고 일단 여론 주시하는 靑
청와대는 여전히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사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고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24일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사항인 사면과 법무부가 결정하는 가석방을 분리한 것은 법 절차에 따른 경제인 가석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정부와 여당이 “요건에 맞으면 누구든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경제인을 역차별 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들어 여건조성에 나선 가운데 청와대가 이런 흐름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손으로 경제인을 가석방한다고 해도 재벌가 봐주기 논란에 따른 비판 여론의 화살이 박 대통령을 향할 공산이 크다는 게 고민이다. '형기 3분의1 이상'을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대상이 징역4년을 받고 23개월 째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 등으로 특정된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다소 부담스런 대목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최 회장 가석방에는 투자 확대 뿐 아니라 SK그룹의 명운이 달린 구조개편 성공 여부가 걸려 있어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민 대변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오늘 발언은 가석방 추진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일단 거리를 두었다. 결국 청와대는 여권의 가석방 띄우기에 대한 연말ㆍ연초 여론 추이를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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