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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선 기자

등록 : 2016.11.30 16:35
수정 : 2016.11.30 16:35

신해철법, 진료기록 조작 못 막으면 헛일

시행 첫발.. 의료피해구제 먼길

등록 : 2016.11.30 16:35
수정 : 2016.11.30 16:35

“기록 변경 전후내용 공개 의무화”

환자단체 등 방지법 마련 촉구

“기나긴 소송서 피해입증 난관

적용 기준서 제외 많아” 호소도

세브란스와 소송 예강이 엄마

“병원 수혈기록은 거짓” 폭로

고 전예강양의 어머니 최윤주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열린 '진실규명 은폐행위 규탄 및 의무기록 조작 방지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예강양이 살아있다면 이날 11번째 생일을 맞았을 것이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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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기록은 의료사고 규명의 중요한 자료입니다. 의료 과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이 기록을 조작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30일부터 중대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무적으로 의료분쟁조정을 받도록 하는 신해철법(예강이법)이 시행됐지만,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위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날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기록 조작 방지법’(가칭) 마련을 촉구했다. 병원에서 진료기록부 등 의무기록 내용을 변경했을 때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변경 전후 내용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가장 억울해 하는 게 의무기록지 위조”라며 “조작된 의무기록지로 감정을 받으니 감정이 제대로 될 수 없고, 이 때문에 소송에서 지게 되는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병원 동의 없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조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 신해철법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다.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등 신해철법 적용 기준에서 제외되는 피해자들은 길고 험난한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료소송은 1심 기준 평균 2년2개월에, 최소 500만원의 비용이 들 정도로 환자 부담이 크다. 비전문가인 피해자들이 정보를 틀어쥔 병원과 싸우며 직접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피해자 가족 김태현씨는 기자회견에서 “패소한 뒤 알게 된 사실이지만 누락된 의무기록지 2장에 가장 중요한 사실이 담겨있었다”며 “핵심 입증자료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아들은 2011년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후 뇌사상태에 빠졌다. 김씨는 2장의 의무기록지에 아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게 부적절했음을 증명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소송을 진행 중인 고 전예강양의 어머니 최윤주씨는 병원 측의 의무기록 조작 사실을 폭로했다. 예강양은 2014년 1월 사흘 전부터 시작된 코피 때문에 이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7시간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최씨는 “수혈이 급한 상황이었는데 병원이 최초로 수혈을 했다고 기록한 시간에는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그런 사실이 없었고, 수혈을 했다는 간호사는 해당 시간대 근무자가 아니었다”며 “신속하고 적절히 대처한 것처럼 꾸미고자 의무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간호사가 시술 후 기록을 정리하면서 벌어진 실수”라며 “은폐를 위한 허위 작성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해철법 시행 첫 날인 이날은 예강이가 살아있었다면 11번째 맞았을 생일이다. 본인은 신해철법의 수혜자가 될 수 없는데도 법 통과를 위해 힘써 왔던 최씨는 “의무기록 조작을 방지하는 제2의 예강이법이 꼭 만들어져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 길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기자회견 후 의무기록 조작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제안서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전달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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