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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관계 파탄의 신호 – ‘경멸’

입력
2018.06.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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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다. 입으로는 긍정적인 표현을 하지만 눈빛이나 손모양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상대방의 솔직한 감정은 부정적이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하겠는가.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안(Albert Mehrabian)의 연구에 따르면, 말하는 사람이 전하려는 메세지에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 중 비언어적 표현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청각적인 부분, 즉 목소리로부터 38%, 표정 태도 몸짓 등 시각적인 부분으로부터 55%의 영향을 받는데, 이 두 가지 비언어적인 영향력을 제외하면 언어적인 부분은 전체 대화의 영향력에서 7%만을 차지한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를 ‘메라비안의 법칙’(The rule of Mehrabian)이라 한다.

세계적인 바디랭귀지 연구가 폴 에크먼(Paul Ekman) 교수는, 모든 인간은 그 시대와 공간을 불문하고 6가지 감정을 공유한다고 밝혔는데, 그것이 바로 ‘분노 혐오 공포 행복 슬픔 놀라움’이다. 그는 후에 일곱 번째 공유 감정으로 ‘경멸’(contempt)을 덧붙였다.

바디랭귀지 전문가들은 다양한 감정 중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감정이 ‘경멸’이라고 밝힌다. 관계 속에서 ‘경멸’의 징표가 드러나면 이는 최악의 신호라는 것.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 표현은 좌우대칭이다, 하지만 비대칭적인 표정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멸’이다. 한쪽 입 꼬리만 슬쩍 올리며 반쯤 웃는듯한 속칭 ‘썩소(썩은 미소)’가 가장 정확하게 경멸을 전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멸은 우월감을 전제한다. 다른 사람 혹은 사물에 대해 열등하거나 가치 없다는 느낌을 가질 때 본인이 인식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경멸감은 드러난다.

경멸은 죄가 있으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경찰에게 신문을 당할 때 자신이 권위 있는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경멸의 표정을 흘리게 된다. 반면 결백한 사람들은 보통 염려나 충격, 놀라움 등의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 이렇게 경멸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수사관들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결백한 사람이 제일 깜짝 놀라는 모습(눈썹이 동그래지며 위로 올라가고 입은 긴장이 풀린 채 벌어지는 형태)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죄가 있는 사람도 비슷한 공포의 표정(눈썹은 직선으로 올라가고 입이 벌어진다)을 보여주지만, 그 표정의 지속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의미다.

‘경멸’은 부부관계의 위험성 판단에도 중요한 요소다

결혼생활 지속 기간을 결정짓는 특징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과 존 고트만(John Gottman) 박사에 따르면, 경멸은 상대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부부에게는 ‘죽음의 신’ 같은 존재라고 한다. 고트만 박사는 어떤 신혼부부가 결혼생활을 지속할지, 혹은 4~6년 후에 이혼할 지를 90퍼센트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데, 그 주요 판단 기준은 배우자 중 한 쪽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경멸감을 드러내는가 여부이다. 고트만 박사는 부부를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도중에 발생하는 한쪽이나 양쪽 파트너의 비웃음은 결별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웃음으로 무시나 멸시를 느끼는 관계는 이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데, 회복될 가망성이 다른 부정적인 감정(분노, 슬픔)의 경우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얼굴과 몸은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 나로부터 비롯된, 또는 나로 향하는 ‘경멸’의 징후는 없는지 예민하게 살펴봐야겠다.​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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